[인터뷰] ‘패션플랫폼 인싸’ 29CM 김현수 부사장 “가격아닌 콘텐츠 커머스로 승부”

2019-05-10 05:10
'슬라임' 같은 조직 운영 강점…2020년까지 스타일웨어와 5000억 거래액 목표

콘텐츠와 e커머스(전자상거래)가 제대로 만나 패션업계 ‘인싸(Insider : 무리 중 핵심인물 또는 주목도가 높은 대상을 뜻하는 신조어) ’로 등극했다. 

같은 상품도 차별화된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으로 다른 상품처럼 보이게 만드는 온라인 패션플랫폼 '29CM'의 이야기다. 이 때문에 29CM는 최근 주요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입점 대상 1순위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예비창업자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K패션오디션 트렌드페어' 관계자들은 김현수 29CM 부사장(42)을 토크 콘서트 패널로 초청했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성윤모)가 주최하고, 한국패션산업협회가 주관하는 K패션오디션은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의 국내외 진출을 돕기위해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힘을 합친 프로그램이다.

9일 K패션오디션 토크콘서트를 마치고 나온 김 부사장을 아주경제가 단독으로 만났다. 그는 SK커뮤니케이션즈 사업기획팀, 다음 오픈마켓 사업본부장, CJ ENM 오쇼핑부문 모바일 마케팅팀장을 거쳐 티몬 사업기획실장 및 패션사업혁신 본부장까지 지낸 e커머스 분야의 전문가다.

e커머스 분야에선 베테랑이지만 김 부사장 역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지는 석 달밖에 안 됐다.

지난 2월, 29CM에 합류한 김 부사장은 "예전부터 콘텐츠를 기반으로 커머스를 활성화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가장 부합하는 회사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했다.

온라인 유통은 상품 구색과 가격 경쟁력, 물류 인프라를 갖추는 게 핵심이므로 결국 자원 전략 싸움인데, 오래도록 이 분야에 몸담았던 김 부사장은 "콘텐츠 기반으로 커머스 싸움을 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9일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K패션오디션트렌드' 토크콘서트에 패널로 참석한 김현수 29CM 부사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K패션오디션]

김 부사장은 29CM의 최대 강점을 '커머스 미디어'로 꼽았다. 29CM는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는 다른 온라인 쇼핑몰과 달리 상품이나 브랜드가 가진 스토리에 주목, 설명형 콘텐츠 혹은 영상으로 고객의 구매를 유도하는 전자상거래 방식을 지향한다.

온라인 패션플랫폼 업계 1위인 '무신사'의 차별점도 여기에 있다. 김 부사장은 "패션브랜드만 주로 하는 타사와 달리 우리는 사람과 브랜드를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주제로 엮어 이야기로 풀어낸다"면서 "제품군도 우리는 무신사에 없는 화장품, 이너뷰티부터 제주맥주, BMW미니, 렉서스, 유니클로, COS 등 다방면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다룬다"고 밝혔다.

미디어 커머스 PT의 핵심 역량은 '슬라임(액체괴물)' 같은 유연한 조직 운영에서 나온다. 그는 "처음 입사했을 때 형태가 있는데 형태가 없는 조직 운영 때문에 깜짝 놀랐다"면서 "상품기획자(MD), 디자이너, 웹개발자 등 각자 주요 업무는 있지만 반드시 정해진 업무는 없다. 프로젝트성 기반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특히, 상품을 기획하는 MD는 뽑을 때부터 에디터의 개념으로 채용한다. 따라서 29CM MD들은 패션모델, 디자이너, 에디터 등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다.

김현수 29CM 부사장. [사진=K패션오디션]

29CM는 지난해 한 가족이 된 스타일웨어와 자체 혁신을 통해 내년까지 거래액 5000억원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지난해 흑자를 기록한 29CM는 올해 상반기는 미디어 사업을 대대적으로 진화시키는 준비 기간을 보냈으며, 하반기에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커머스 콘텐츠를 소비자들에게 내놓을 방침이다.

김 부사장은 "콘텐츠 집합만으로 미디어가 되는가 하면, 미디어 행간의 주체가 마이크로 하게 갈라졌으며 소비주체는 굉장히 능동적으로 변했다"면서 "29CM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의 두 축에 대응하며 고유한 우리만의 '커머스 미디어' 가치를 진화시키려고 한다"고 밝혔다. 29CM의 C와 M은 커머스(Commerce)와 미디어(Media)다. 여기에 창업 모토인 'Guide to better choice(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를 입히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김 부사장은 'K패션오디션'에 참가한 예비창업자와 신진디자이너들에게 "본인들만의 고유한 브랜드 가치나 정체성을 정교하게 다듬어 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브랜드의 가치와 이야기가 잘 보이지 않을 때가 가장 마음이 어렵다"면서 "브랜드 가치를 단단하게 쌓아올렸을 때 함께 퍼뜨려 주길 원하는 동반자가 분명히 있을 것이며 29CM는 브랜드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에 가장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며 관심을 가지는 사업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