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진 100세시대연구소장이 말하는 '노인 절반이 가난한 나라서 사는 법'

2019-05-10 08:10

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9일 "은퇴를 앞두었다고 해서 무조건 안전자산만 담아서는 곤란하다"며 "1%대 시중금리에 맡기기보다는 해외 주식과 채권으로 분산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나라는 노후를 못 챙겨줘요. 65세를 넘어선 노인 빈곤율은 이미 49%에 가깝습니다. 스스로 지킬 수 없다면 장수가 도리어 자기 발목을 잡을지도 몰라요."

9일 본지가 만난 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이처럼 조언했다. 박진 소장은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과 개인연금, 퇴직연금으로 '3층 연금'을 쌓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라고 물은 다음 "2%밖에 안 된다"라고 스스로 답했다. 그는 "중산층 인구만 따져도 3층 연금에 든 사람은 45%뿐"이라며 "국가에 노후를 기대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노후준비지수 100% 넘어야 이상적

우리나라에서 한 해 사망자 가운데 가장 많은 연령(최빈사망연령)은 현재 86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곧 90세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노후준비지수'가 중요한 이유다. 100세시대연구소는 이 지수를 100% 이상으로 높이라고 조언한다. 노후준비지수는 노후준비자산을 목표노후자산으로 나누어 구한다. 목표노후자산이 8억1000만원인 사람이 노후준비자산으로 6억원을 마련했다고 치자. 이럴 경우 노후준비지수는 74%밖에 안 된다.

박진 소장은 "은퇴 후 적정생활비는 현재 물가를 기준으로 월 250만원"이라며 "퇴직한 다음에는 생활비가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해도 최빈사망연령까지 8억1000만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노후준비지수를 10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며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산층도 소득별로 다른 전략 짜야

물론 누구나 3층 연금을 쌓을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박진 소장은 "중산층도 소득별로 다른 전략을 세워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즉, 중산층 하위에 속한다면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노후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 중위는 국민연금에 퇴직연금을 더하고, 상위는 개인연금까지 가입하는 게 좋다.

박진 소장은 "하위 중산층이라면 임의가입제도를 활용하라고 권한다"며 "소득이 없는 배우자도 이를 활용해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게 좋다"고 전했다. 그는 "적은 금액일수록 소득배분효과가 더 크다"며 "국민연금이 금융사에서 개인연금에 드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중위 중산층은 개인퇴직연금(IRP)으로 은퇴할 때까지 퇴직금 중간유출을 막아야 한다. 박진 소장은 "일부 기업은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채 퇴직금을 그때그때 준다"며 "이를 생활자금으로 쓰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상위 중산층은 연금저축계좌를 활용해 개인 저축액을 늘릴 수 있다. 그는 "연봉이 5500만원 이하라면 연금저축 세액공제한도가 연간 400만원"이라며 "IRP 계좌에 300만원을 추가로 내면 모두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아 세금을 더 아낄 수 있다"고 전했다.

◆선진국처럼 금융자산 비중 늘려야

100세시대연구소는 선진국처럼 부동산보다 금융자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부동산에 꽁꽁 묶이는 바람에 생활비조차 여의치 않은 은퇴자가 많다.

은퇴가 가까워진 50대라면 퇴직연금과 연금저축 적립액이 가장 큰 시기다. 금융자산 비중을 50%까지 높이면서 운용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박진 소장은 "은퇴를 앞두었다고 해서 무조건 안전자산만 담아서는 곤란하다"며 "1%대 시중금리에 맡기기보다는 해외 주식과 채권으로 분산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자산 비중은 선진국처럼 50% 아래로 떨어뜨리고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 그는 "재산 가운데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에서는 평균 75%에 달한다"며 "은퇴한 다음에도 '하우스 푸어'에서 못 벗어난 채 대출금을 갚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40세는 자식으로부터 재무적으로 독립해야 한다. 자녀가 어린 편인 30대는 사교육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이런 부담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시기는 40대다. 자녀 1인이 받는 평균 사교육 개수만 보아도 알 수 있다. 30대에는 1.05개이던 자녀 사교육 개수가 40대는 1.52개로 50% 가까이 증가한다.

박진 소장은 "자녀를 가르치느라 노후를 팔면 안 된다"며 "자녀 1인당 총교육비는 소득 대비 10%를 넘지 말아야 하고, 사교육비와 노후준비 비율도 1대1로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초년생이라면 노후준비가 아득하게 느껴질 수 있다. 100세시대연구소는 도리어 연금저축으로 일찌감치 3층 연금을 준비하라고 권한다. 박진 소장은 "요즘은 반강제적으로 퇴직연금과 국민연금에 들게 돼 있다"며 "(연금저축에) 월소득 가운데 10%를 투자하면 13.2%까지 공제(연봉 5500만원 이하 16.5%)해주기 때문에 미혼인 사회초년생에게 유리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