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미니칼럼-短] 가정의 달, 가족같은 직원?
2019-05-08 11:08
영화 '어느 가족'…가정의 달에 가족을 묻다
여기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이모와 남매, 모두 여섯 명이 작은 집에 오순도순 모여 사는 일본의 한 가정이 있다. 얼핏 보기엔 그렇다. 하지만 이들의 일상은 남다르다. 연금생활자 할머니와 아버지는 좀도둑, 술집 작부 출신 엄마는 세탁공장에서 일하다 잘린 경단녀(경력단절여성)다. 이모는 유사성행위업소에서 일하고, 아들은 아버지처럼 학교를 가본 적 없는 리틀 좀도둑, '다리 밑에서 주워온' 막내딸은 코 찔찔 어린애다. 이들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 가족관계증명서에도 함께 올라갈 수 없다. 그럼에도 방 2개 작은집에서 살 부비고 밥상에서 밥을 나누며 지지고 볶고 산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대상(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어느 가족’(원제: 좀도둑 가족·万引き家族) 얘기다. 영화를 만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가족의 정의, 의미, 관계를 다시 묻는다.
유독 올해 가정의 달에 가족 관련 사건사고가 많다. 일일이 다시 적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들, 가족을 다시 묻는다. 부부와, 피를 나눈 혈연만이 가족일까?
P.S.= 사훈(社訓)을 ‘우리는 한 가족’, ‘사원을 가족처럼’이라고 하는 회사들이 적지 않다. 사장과 직원들 모두가 피를 나눈 사이라면 모를까, 이제라도 바꾸면 참 다행이다. 작가 김민섭은 '훈의 시대'에서 가훈, 교훈·교가, 사훈을 통해 꼰대의 사회를 일갈한다. 야만과 폭력의 훈의 시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