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 "김정은 오래 갈 것···다음 대통령 누군지 안다
2019-05-07 16:50
[황호택이 만난 사람=⑤백운산 한국역술인협회장] "박근혜, 내년 총선 전엔 못나올 것" …노태우 이후 모든 대통령 만나봤다는 그의 촉수
87년 대선 날짜, 내가 잡아줬다
노태우 이후 모든 대통령 만나봤다
87년 대선 날짜, 내가 잡아줬다
노태우 이후 모든 대통령 만나봤다
역술인 백운산씨의 사무실은 지하철 2호선 역삼역 6번 출구에서 가까운 건물에 세 들어 있다. 그에게 직접 만난 역대 대통령 이름을 대보라 했더니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이 줄줄 나왔다. 노태우 이후 모든 대통령을 다 만나봤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의 사무실에는 역대 대통령들과 찍은 사진과 그들로부터 받은 평통 자문위원 임명장 등이 증거물처럼 걸려 있다.
# 100만부 팔린 소설 '로땡의 거리' 밀리언셀러 작가
그는 강원도 영월 출신으로 역술인 2대다. 28세까지만 유영대라는 본명을 썼고 이후로는 백운산으로 통했다. 공문서인 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 자문위원 위촉장에도 유영대라고 쓰여 있었다. 그는 종로 사무실에서 30년, 강남으로 이사와 25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운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100명쯤 된다고 들었다. 역술인은 왜 백운산이라는 이름을 선호하는가.
“이조 말기에 백운학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아주 유명한 역술가였다. 해방 후에 그의 이름을 본뜬 백운학이라는 사람도 이름이 높았다. 백운학에서 한 글자만 바꾼 백운산이라는 역술인이 그래서 많아졌다. 내가 그중 제일 유명한 백운산이다.”
백운학은 1961년 4월말 김종필이 찾아갔을 때 “지금 때가 됐습니다. 다들 원하는 일입니다”라며 보름 뒤에 있을 5·16 쿠데타의 성공을 알아맞혔다는 역술인이다. 중앙일보에 연재된 JP 회고록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병철 전 삼성그룹회장이 신입사원 면접을 볼 때 옆에서 자문하며 삼성그룹에서 월급을 받았다. 1979년에 53세로 심장마비로 급서했다.
-돈 있는 역술인은 여관방을 잡아놓고 사주를 보고 돈 없는 사람은 길거리에 돗자리를 폈다고 들었다.
2004년 명지사에서 ‘로땡의 거리’라는 소설을 상하권으로 펴냈다. 역술인을 다룬 ‘인생상담’이라는 소설은 100만권쯤 팔렸다.
# 복채 3만원씩 받고 전두환, 이순자, 노태우 등 사주 봐줘
-용산에서 역술원 문을 열고 있을 때 전두환씨의 부인인 이순자씨가 찾아왔는가.
“전두환씨가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켜 군권(軍權)을 장악하고 얼마 안 있다가 이순자씨가 6명의 사주를 들고 찾아왔다. 모두 전씨와 가깝거나 측근들이었다. 전두환씨의 성이 완전 전(全)인데 밭전(田)자로 틀리게 써왔더라. 내가 동명이인으로 인식하도록 밭 전자를 써온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때 이순자씨가 누군지 이미 알고 만났다."
-다른 다섯 명은 누구였나.
“이순자, 노태우, 장세동, 전두환의 동생 경환이었다. 다른 한명은 생각 안난다.”
-전두환의 사주를 보고 뭐라 말했나.
“관상은 백두산 호랑이 상이고, 사주는 왕의 사주라고 했다. 정권을 잡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복채는 얼마 받았나.
“1인당 3만원씩 모두 18만원 받았다.”
내가 “쿠데타로 나라의 실권을 장악한 정치군인들 사주를 봐주고 너무 적게 받았다”고 핀잔을 주자 그는 허허 웃었다. 그는 “나중에 노태우씨는 여러 번 따로 만났고 김영삼 김대중과 맞붙어 승리했던 1987년 12월 16일 대통령 선거 날짜도 내가 잡아주었다”고 주장했다.
-차기 대통령 선거일인 2022년 3월 9일까지 3년 남았는데 누가 될 것 같은가.
“너무 빠르지 않나. 지금 정권 2년밖에 안 됐는데. 나는 지금 다음에 누가 될지 다 알고 있지만 이걸 발표하는 건 너무 이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왜 역술인을 찾는다고 생각하나. 바람과 운이 많이 작용하는 직업이라서 그런가.
“안 될 땐 죽어도 안 된다. 잘 될 때는 모든 게 술술 풀린다. 천운이 좋은 사람은 아무도 손을 못 댄다. 그래서 정치인과 재벌들이 미리 운을 알고 싶은 것이다.”
# 현대, 삼성 등 재벌 총수들 다 만났다
-찾아온 재벌들 이름을 대보라.
“재벌들은 계속 사업을 하기 때문에 고객 보호 차원에서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 현대, 삼성 등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은 한 번 이상 만나봤다고 봐도 무방하다.”
-관상(觀相) 수상(手相)보다 사주가 더 잘 맞는다는 얘기 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제일 잘 맞는 것이 심상(心相)이다. 마음을 착하게 쓰는 사람은 잘 된다. 이조 500년을 보라. 연산군처럼 나쁜 일 한 사람들은 말년이 다 잘못됐다. 심상 다음이 관상이다. 어머니 뱃속에서 나올 때 얼굴부터 나온다. 얼굴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이 사주다. 한 달 뒤에 이름을 짓는다. 그러니까 이름이 마지막이다. 즉, 심상, 관상, 사주팔자 순이다. 관상, 수상은 거의 똑같다.”
-어떤 계기로 역술을 배웠나?
“부모님 모두 역술가였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그 시절만 해도 백정 하고 비슷한 대우를 받았다. 중고등학교 때 공부 잘 하니까 좋은 집안 딸과도 사귀었지만 얼마 안가 쫓겨났다. 점쟁이 아들이라서.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 어깨 너머로 역학을 배웠다. 아버지 어머니 두 분이 다 역학을 해서 역술인끼리 결혼했다.”
-월남전에도 참전했는가.
“맹호부대에서 2년 근무하고 병장 달고 제대했다. 월남서 제대하고 서독에 광부로 갔으나 내가 있을 곳이 못돼서 바로 미국으로 갔다. 미국에서 역술을 하며 한국 교민이 있는 곳을 찾아 50개 주를 다 돌아다녔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여자와 결혼해 미국 시민권도 갖고 있다. 성장한 문화가 달라 1년 만에 이혼했지만.”
그는 재외국민 국내거소 신고증과 월남전 국가유공자 증을 보여줬다. 그는 고엽제 후유증이 있지만 국가보훈처에 신고를 안해 보상금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 '김정은 3년 못넘긴다' 했을 때, 난 아니다 했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지가 세계적 관심사다. 김정은의 관상은 어떤가. 사주는 알 수 없겠지만….
“사주도 대충 안다. 김정은이 20대에 최고지도자가 됐고 다들 ‘3년 못 넘긴다’ 했을 때 나는 앞으로 운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 할아버지와 다르게 세계를 돌아다닐 것이라고 예언했다. 꽤 오래 갈 것이다.”
-김정은은 고도비만(高度肥滿)이라 명이 길지 않을 것 같은데….
“60은 넘을 것이다. 지금은 의약이 좋지 않은가.”
-종교는 있는가.
“우주천리를 믿는다. 허황된 얘기인지 몰라도 나는 우주천리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다. 역대 대통령 예측도 한 번 빗나간 적 없다. 김대중 대통령과 아들 김홍업, 윤흥렬씨와 강남 봉우리 한정식에서 선거 보름 전 밥 먹으면서 ‘틀림없이 당선된다’고 예언했다.”
대선 보름 전이면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기간이지만 언론사 여론조사가 알음알음으로 유통됐다. 김대중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막판에 줄곧 앞섰다. 역술가가 아니더라도 정보에 빠른 사람은 김대중 당선을 예측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할 때도 ‘청계천 물길을 살려놓으면 대통령 된다’고 예언했다고 말했다. 이 대목은 MB에게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는 “작년에 일요신문과 인터뷰 하면서 MB가 올해 보석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는데 딱 맞혔다”고 자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언제 나오나.
“올해 못 나온다. 총선 전에는 어려울 것이다. 내년 후반기 돼야 나온다. 박근혜는 태극기부대가 오히려 부담이다. 이명박은 출소해도 문제가 없지만, 박근혜는 태극기 부대 때문에….”
-좋은 빌딩 사무실 가지고 있고 역술인 협회장도 오래 하고 있는데 돈은 많이 모았나?
“나는 돈과 거리가 멀다. 혹세무민(惑世誣民)할 줄 몰라서. 회장에게 카드 500만원짜리 하나 주는데 나는 안 쓰겠다고 반납했다. 과거에 역술인 협회가 9개가 있었는데 박정희 대통령 때 다 합쳐서 한국연술인협회가 됐다. 초대회장 지창용씨가 15년 했다. 동작동 국립묘지 터를 잡은 사람이다.”
# 탤런트 강문영의 아버지···40년 수제자와 함께 일해
-슬하에 자녀는.
“딸 아들 하나 씩이다. 탤런트 강문영이 딸이다.”
강문영은 고등학교 재학 중 CF 모델로 데뷔해 1986년 MBC공채 18기로 탤런트가 됐다. 영화에도 10여편 출연했다.
“아들은 장가를 잘 가서 잘살고 있다. 나는 여름, 겨울 다 통틀어서 손님이 꾸준하게 오지만 큰돈은 못 벌었다. 역술인들은 신년 운수를 보는 1~4월에 손님이 많고 5~9월 놀다가 10월 대학 입시 때부터 좀 좋아진다. 그러니까 반년 벌고 반년 논다. 나는 여자보다 남자 손님이 더 많다.”
그의 사무실을 지키는 직원은 40년 수제자라고 했다. 종로 사무실 때부터 같이 일한다.
-건강 유전자는 타고나지만 실제로 식사, 운동 등 관리가 건강의 절반이라고 하는데, 사람의 운은 어떤가.
“권력도 얻을 땐 쉽게 되고 안 될 땐 안 된다. 나 같은 사람은 50년 술을 먹었다. 군정 시대엔 군인들하고 매일 같이 마셨다. 정보기관 정보경찰 등이 자주 찾아와 그 사람들과도 술을 많이 마셨다. 지금도 기분 좋으면 40도짜리 양주 한 병은 거뜬하다.”
77세인 그는 “누가 나를 77, 78로 보겠느냐”며 건강을 자신했다.
-고객관리 차원에서 안 좋은 점괘가 나오더라도 사실대로 말 안 하고 기분 좋은 말 해줄 때도 있지 않나.
“여기 앉은 이상 내가 하고 싶은 말 다한다.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 반말하고 그러지 않고 ‘나쁜 얘기해도 됩니까’라고 물어보고 그대로 딱딱 얘기한다.”
-일부 역술인, 무속인이 고객에게 반말하는 이유는?
“자기 지식이 약하니까 겁을 주는 거다. 술 먹고 보는 분도 있다. 우리는 처음부터 존대한다.”
-어떤 역술인들은 증권 공부해서 증시 투자 조언도 한다던데….
# 난 역술계 대통령, 자랑스럽다
“나는 시대의 흐름을 많이 보는 사람이다. TV에 수백번 나와 길거리에서 내 얼굴 다 알아본다. 사기 치면 가만히 있겠나. 정권 바뀔 때마다 평통 자문위원 위촉장 받는 역술인은 나밖에 없다. 나는 대통령이 누가 돼도 상관없다.”
-77년의 삶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는가?
“어렸을 때는 부모를 많이 원망했다. 7남매 중 내가 유일하게 이걸 한다. 지금으로서는 이렇게 좋은 직업을 나에게 준 부모가 너무 고맙고 내가 역술계 대통령을 하는 게 자랑스럽다. 아무나 못한다. 도지부장만 하기도 어렵다. 중앙회장을 16년째 하고 있다.”
그의 사무실에서 아우디를 타고 서초동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탤런트 딸이 사준 차다. 돈이 많이 들어 기사를 두지 않고 매번 대리기사를 부른다고 했다. 그가 식당 종업원들에게 팁을 줄 때 흘긋 보니 손이 큰 편은 아니었다.
그가 나의 관상과 사주도 봐주었는데 듣기 좋은 말도 있었지만, 듣기 불편한 말도 나왔고, 해석하기 나름인 말도 있었다.
<논설고문·서울시립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