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폭스콘, 美위스콘신 투자 확대"...기존 프로젝트도 지지부진
2019-05-03 07:30
트럼프-궈타이밍 회동...美언론들 "폭스콘 투자 실현 여부 불투명"
세계 최대 가전 위탁생산업체이자 애플의 최대 협력사인 대만 폭스콘(훙하이정밀)이 곧 미국 위스콘신주에 대한 투자 확대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폭스콘이 이미 약속한 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도 실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샌더스 대변인은 테리 궈(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이 이날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뒤 곧 위스콘신주에 대한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폭스콘이 2년 전 약속한 LCD(액정표시장치) 공장 건설 프로젝트도 지지부진한 상태라는 점이다. 이 회사는 위스콘신주에 LCD 공장을 짓는 데 100억 달러를 투자해 2032년까지 1만3000명을 고용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말 현재 폭스콘이 위스콘신에 투자한 자금은 9900만 달러로, 약속한 투자액의 1%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 말까지 위스콘신주 안에서 2080명을 고용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인력은 200명이 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폭스콘은 최근 위스콘신주에 대한 기존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려는 것으로 알려져 의혹을 더 부추겼다. 폭스콘이 위스콘신주에 공장이 아닌 '기술허브'를 지으려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폭스콘이 당초 위스콘신주에서 2020년 말까지 5200명가량을 고용하기로 한 계획을 1000명 수준으로 줄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폭스콘의 지지부진한 투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격이 될 수 있다. 그가 폭스콘의 투자 계획을 줄곧 치켜세워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위스콘신주 폭스콘 공장 착공식에 직접 참석해 궈 회장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업가 가운데 한 명"이라고 극찬하고, 이 공장이 첨단제조업 일자리를 가져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위스콘신주 그린베이 집회에서는 폭스콘을 언급하지 않았다. WSJ는 트럼프가 "세계의 8번째 불가사의"라고 했던 프로젝트를 거론하지 않은 건 의외라고 비꼬았다.
한편 '대만의 트럼프'로 불리는 궈 회장은 지난달 내년 대만 총통선거(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그가 총통선거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궈 회장이 이번 만남에서 총통선거 지지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고, 둘은 그저 좋은 친구사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WSJ는 외교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궈 회장의 이번 만남을 주목해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말 당선자 신분으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하는 등 대만과 가까워지려는 움직임이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서 '하나의 중국'을 원칙으로 삼는다. 이를 존중하는 나라만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을 수 있다. 미국은 1979년 대만과 수교를 단절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