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CSR, 4차 산업혁명시대 기업의 새로운 역할

2019-05-02 17:02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영국과 아일랜드에는 ‘노커 업’(Knoker-up)이라는 직업이 존재했다.

이들의 역할은 교대로 출근해야 하는 공장 근로자들의 잠을 깨워주는 일이었다. 하지만 자명종이 등장하면서 이 직업은 설 자리를 잃고 만다. 전화교환원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경우 1902년 3월 대한제국 시절, 한성~인천 간의 전화가 가설되고 같은 해 6월 한성전화소에서 시내전화 교환업무가 시작되면서 전화 교환원이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자동교환식 전화기가 나오면서 이들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직업 세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노커 업, 전화교환원와 마찬가지로 많은 직업들이 인공지능과 기계로 대체되면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조너선 워첼 매켄지 글로벌연구소(MGI) 소장은 "2050년에는 현재 존재하는 일자리의 60%는 기계로 대체되고 10%만 남을 것이며, 나머지 30%는 직업의 이름만 같을 뿐 하는 일은 전혀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렇게 기술 발전과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다 보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고, 학부모들이나 미래를 살아갈 당사자인 아이들은 불안감과 두려움을 갖게 된다. 인공지능 기계와 함께 살아야 할 미래세대들은 창의력, 융합능력, ICT소양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일자리를 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과학기술인재 양성을 통해 4차 산업혁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미래인재양성은 정부나 학교만의 책임은 아니며 사회전체가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아야 하는 영역이다.

기업들도 우수인재 확보가 경쟁력의 기반이라고 생각하기에 인재발굴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CSR이라 불리는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이런 노력에 동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진=LG CNS]


SK 텔레콤은 '티움(T.um) 모바일'을 통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ICT의 현재와 미래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초고속 5G 기반 V2X(Vehicle to Everything, 차량통신기술)를 갖춘 자율주행차, 실감형 미디어를 통한 VR(가상현실) 쇼핑 등 변화된 미래 세상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고, VR/AR을 통해 우주비행사•로봇 전문가 등 미래 직업을 가상으로 경험해볼 수도 있다.

LG CNS는 '코딩 지니어스‘라는 이름의 청소년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IT 기본 지식이 없는 청소년들도 쉽게 SW 개념•원리를 학습할 수 있고, 컴퓨팅 사고력을 통해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문제해결 능력을 기룰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한화그룹은 매년 과학적 탐구력이 뛰어난 고등학생들이 참가하는 ‘한화 사이언스 챌린지’를 개최해 ‘미래의 노벨상 과학자’를 발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초과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 자신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현해 볼 수 있는 경진대회로, 수상자에게는 해외 선진국 과학기관 및 대학교 탐방, 그룹 내 우수 R&D 연구원의 멘토링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현재까지 누적 참가인원이 5,355팀(11,375명), 누적 수상인원은 186팀(396명)에 이르며, 대회를 통한 특허 출원도 2건이 나왔다. 그간 한화 사이언스 챌린지가 뿌려온 씨앗이 언젠가는 우리나라 첫 노벨과학상 수상이라는 결실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양성을 위해서는 정부, 민간, 기업 등 사회 전체의 관심과 투자, 협력이 필요하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정책과 기업의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만나 만들어지는 범사회적 미래인재양성 시스템은 우리사회의 미래경쟁력의 탄탄한 기반이 될 것이기에 기업 CSR의 역할은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