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1%' 연금사업자 "위험자산 한도 늘려야"
2019-05-02 13:29
퇴직연금 수익률을 보면 한숨만 나오는 가입자가 많을 거다. 수익률이 시중금리에도 한참 못 미친 지 오래됐다.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는 퇴직연금사업자가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이유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현재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고 자산운용 규제 완화 방안을 관련업계와 논의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고용노동부가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한 주요 증권사 관계자와 만났다. 지금까지 금융감독원에 퇴직연금사업자로 등록한 증권사는 모두 13곳이다.
증권사는 한목소리로 위험자산(주식형펀드) 투자 한도를 없애달라고 건의했다. 지금은 70%까지만 위험자산을 담을 수 있다.
물론 저조한 수익률을 높이고 싶어서다. 퇴직연금 수익률은 2018년 평균 1.01%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1.99%에 달했다.
고용노동부는 2018년 하반기 타깃데이트펀드(TDF)에 한해서만 예외를 허용하기도 했다. 퇴직연금사업자가 담을 수 있는 TDF 한도를 70%에서 100%로 늘려주었다. 가입자 나이가 많아질수록 주식을 덜 담는 TDF 특성을 인정해준 것이다.
TDF는 현재 설정액만 1조5000억원에 가까울 만큼 인기 있는 노후준비 상품이다.
퇴직연금사업자는 다른 주식형펀드도 100%까지 담을 수 있기를 바란다. 자산으로 주식을 직접 사는 대신 펀드에 투자하기 때문에 위험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다니는 회사에서 관리하는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도 문제다. 운용보고서 작성이 의무화돼 있지 않아서다. 해당기업 퇴직연금 담당자가 지금껏 예·적금 위주로만 퇴직연금에 가입해온 이유다. 즉, 적립금을 까먹지만 말자는 식이었다. 이에 비해 운용보고서 작성을 의무화하면 기업은 퇴직연금 목표수익률과 운용전략을 미리 구체화해야 한다.
운용보고서 의무화는 퇴직연금 수익률 면에서 은행보다 앞서는 금융투자사에 유리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퇴직연금 적립금 190조원 가운데 원리금보장형이 171조7000억원(약 90%)에 달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운용보고서를 의무화하면 원리금보장형에 치우친 자금이 실적배당형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도 손봐야 한다. 먼저 '디폴트 옵션' 도입이 과제로 꼽힌다. 개인이 직접 투자하는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여줄 수 있는 방안이다. 디폴트 옵션을 택하면 따로 요구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특정상품을 담는다. 즉, 자산운용사가 가입자별 투자성향을 감안해 포트폴리오를 맞춤형으로 짜줄 수 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에서는 디폴트 옵션을 설정하면 퇴직연금 가입자가 다니는 기업에서 관리한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역할을 금융지식이 부족한 기업에 맡기기는 아직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민간 금융사인 퇴직연금사업자를 중심으로 디폴트 옵션을 논의하고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