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오만 방문 중에 '수사권조정 패스트트랙' 정면 비판

2019-05-01 16:52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불만 내비쳐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통과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대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정면 비판했다.

문 총장은 1일 대검찰청 대변인실에 전달한 입장 자료를 통해 이 같이 주장하며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제도 논의를 지켜보면서 검찰총장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국회에서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한 논의를 진행하여 국민의 기본권이 더욱 보호되는 진전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날 문 총장의 갑작스런 입장 발표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방안을 규정한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문 총장은 "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경찰에) 부여하고 있다"며 "올바른 형사사법 개혁을 바라는 입장에서 이러한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2건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그간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에 대해 문 총장과 검찰 내부에서 간접적인 우려 표시는 있었으나, 문 총장이 직접 입장 발표를 통해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해당 법안에는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주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경찰이 범죄혐의를 인정한 사건만 검찰에 넘기고 1차적으로 수사종결을 할 수 있는 안이다. 또 검찰의 사건 송치 전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면서 다만 경찰 수사가 법령 위반 및 인권침해, 수사권 남용 등의 문제가 있을 시 검사가 시정조치와 사건송치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검경수사권 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서, 두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본회의 부의 등 절차를 거쳐 최장 330일 후 본회의에 상정된다.

문 총장은 지난달 28일부터 오만·키르기스스탄·에콰도르 대검찰청과 우즈베키스탄 대검찰청 및 내무부를 방문해 오는 9일 귀국한다.

 

문무일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