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처럼"...연준, 선제적 금리인하 나서나
2019-04-25 17:04
채권시장서 연내 기준금리 0.25%P 인하 전망 확산
"예방이 최선" 1998년처럼 외부 악재 선제대응 가능성
"예방이 최선" 1998년처럼 외부 악재 선제대응 가능성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은)가 연내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시 세를 불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25일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가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채권 트레이더들 사이에서는 연준이 20년 전처럼 선제적인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금융기관간 하루짜리 대출금리(OIS)시장엔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돼 있다고 전했다.
연준이 연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은 연초부터 확산됐다. 세계적인 경기둔화 우려 속에 연준이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내 금리인상 중단 방침을 시사하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더 커졌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가 좋아지고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랠리를 펼치면서 금리인하 전망이 다시 수그러드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연준이 '예방이 최고의 명약'이라는 판단 아래 선제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번지고 있다. 루크 틸리 윌밍턴트러스트인베스트먼트어드바이저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BMO캐피털마켓 투자전략가들은 연준이 올해 1998년처럼 선제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할 공산이 크다고 본다. 연준은 아시아 외환위기, 러시아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 미국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붕괴 등 안팎의 악재가 겹친 1998년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 행진에 나섰다.
연준 내부에서도 외부 악재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진 상태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과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달 글로벌 충격이 미국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준 사례로 1998년 금리인하를 거론했다.
브렛 원더 찰스슈압인베스트매니지먼트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이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걸 존중해야 한다"며 "금리인하가 최상의 시나리오는 아닐지라도 염두에는 둬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이 누그러졌어도 다른 걱정거리들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경제 전망이 암울하고, 일본은 여전히 디플레이션 성향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캐나다와 호주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미국에서도 벌써 7년째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 존 힐 BMO캐피털마켓 투자전략가는 물가상승률이 낮거나 하락하는 게 오히려 금리인하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가 너무 높다는 방증으로 읽힐 수 있어서다.
틸리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연준이 경기불황이 닥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인하를 정당화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더욱이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상한 기준 2.5%로 연준이 1998년 첫 금리인하를 단행했을 때의 5.5%보다 훨씬 낮아 인하 여지가 제한적이다. 연준은 1998년 9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낮췄다.
원더 CIO는 증시가 연준의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오는 4분기에 예상되는 증시 추락이 금리인하의 명분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