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국 강력 비판...'이란 핵협정' 파행 우려

2019-04-25 16:39
이란 외무장관, 볼턴 등 트럼프 행정부 정면 비판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에 따라 이란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들이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대부분 수용한 가운데 이란 정부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자체가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 핵협정은 지난 2015년 7월 미국과 주요 5개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이 이란과 합의한 것이다. 이란이 핵 개발을 중단할 경우 이란에 대한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성과라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파기 가능성을 경고해왔다. 급기야 지난해 5월에는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미국 정부는 같은 해 8월과 11월 두 단계에 걸쳐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 등 제재를 발동했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조건부 제재 면제 국가였던 8개국(한국·일본·중국·인도·대만·터키·그리스·이탈리아)을 대상으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상당수 국가들이 미국의 요청을 수용하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이란의 불만을 고조시킨다는 분석이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 고위급 회의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화를 끌어내기 위해 우리를 굴복시키려고 하지만 'B팀'은 최소한 정권 교체와 이란 해체를 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기서 B팀은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뜻한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對)이란정책 관련 매파인 볼턴 보좌관 등에 휩쓸려 이란을 강경하게 대한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란은 미국의 조치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도 다시 꺼내 들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 만과 오만 만을 잇는 좁은 해협으로, 페르시아 만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주요 운송로 중 하나다. 이란산 원유도 이 해협을 통해 수출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국제유가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란이 강한 불만을 적극 드러내면서 이란 핵협정 자체가 백지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이란 핵협상 타결을 주도했던 유럽의 고민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유럽 내부에서는 원칙적으로 이란 핵협정에 매우 헌신적이던 중국조차 미중 무역전쟁 등 미국과의 갈등을 의식하며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지난 2002년에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으로 국제적인 고립 위기를 맞았다. 이후 2015년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 당시 극적으로 핵합의를 체결하면서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노선으로 인해 양국 관계가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