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원유 수출길 원천 봉쇄...국제유가 급등 우려
2019-04-23 07:26
이란산 원유 수입 전면 금지...5월 2일부터 '제로'
美발표에 국제유가 약 3% 급등...불확실성 높아
美발표에 국제유가 약 3% 급등...불확실성 높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조치와 관련, 한시적 제재 예외 국가로 분류했던 한국 등 8개국도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란의 원유 수출량을 사실상 '제로(0)' 수준으로 끌어내린다는 것으로, 지정학적 불안에 따라 국제유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한국과 일본, 인도 등 8개국에 적용됐던 한시적 예외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산 원유 수출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란을 테러 지원국으로 규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타결 내용을 비난하면서 핵합의의 미비사항이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2018년 5월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핵합의 탈퇴의 후속 조치로 지난 8월과 11월 두 단계에 걸쳐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 등 제재를 발동했다. 당시 이란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인 한국과 인도 등 8개국은 180일간 제재 예외 대상국으로 분류됐다. 최소 5월 1일까지는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도 제재를 받지 않은 셈이다.
다만 제재 예외 기간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입장이 나온 만큼 180일째가 되는 5월 1일 밤 12시를 기점으로 5월 2일부터는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경우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JCPOA 탈퇴 1주년을 맞는 5월께 추가적인 이란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일찌감치 알려졌다. 이란 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원유 수출을 원천 차단함으로써 좀더 유리한 입장에서 이란과의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하루 평균 38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생산하는 세계 3위 산유국이다. 원유 수출량 점유율은 세계 수요의 약 2% 수준을 차지한다. 이란 정부는 지속적인 원유 수출로 미국 제재를 정면 돌파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미 경제 타격이 현실화된 모습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3월 산유량은 각각 하루 274만 배럴, 87만 배럴로 미국의 제재 이전보다 3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원유 수출이 '제로화' 된다면 이란을 넘어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함이 커질 우려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함께 이란산 원유의 공급 감소 문제를 상쇄한다는 입장이지만 국제유가가 하루 사이에 약 3% 급등하는 등 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대비 배럴당 2.7% 상승한 65.70달러에 마감했다.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도 74달러대에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