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다움' 고정관념 반기 든 20대男...성평등 정책 수립 주체로 나서나
2019-04-18 17:43
"'남자다움' 강요하는 사회제도·시스템·문화 전반 개혁 필요"
한국사회의 20대 남성들이 기성세대에 익숙한 '남자다움'을 거부하는 성향이 뚜렷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0월 전국 만 19~59세 남성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령대가 낮을수록 강한 남자, 일에서 성공하는 남자, 위계에 복종하는 남자 등 '전통적 남성성'에 대한 동의 정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남자는 힘든 일이 있어도 내색하지 말아야 한다'는 물음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한 20대 비율은 62.6%로 50대(44.1%)에 비해 높았다.
아울러 '남자는 무엇보다 일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물음에 동의하지 않은 20대(39.9%) 또한 50대(17.1%)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정책연구실 실장은 18일 '2019 변화하는 남성성을 분석한다 : 성평등 정책의 확장을 위해'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이 같은 조사 내용을 발표하면서 "남자다움을 거부하는 20대 남자의 성향은 성역할 규범이나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개인'으로서 개성과 인격이 존중받는 사회를 지향하는 페미니즘의 이상과도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조영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특히 20대 남성의 성평등과 관련한 중요한 현안에 대한 지지율은 미투운동 44.9%, 낙태죄 폐지 46.9% 등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향후 성평등 정책 수립 과정에서 20대 남성들의 참여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조 부연구위원은 "남성 4명 중 1명은 성평등 실현을 위한 캠페인에 참여 의사가 있고, 역시 4명 중 1명이 페미니즘 교육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면서 "이런 남성들이 실제 페미니즘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마 실장 역시 "청년 남성에게 남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제도·시스템·문화 전반의 개혁이 필요하다"며 "대표적으로 청년 남성의 희생과 전통적 남성성을 강요하는 징병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성을 보호하는 강한·씩씩한 남자 되기'를 강요하는 초등학교의 보이지 않는 교육과정, 상급자의 권위에 대한 복종·일 중독·음주 등을 강요하고 육아휴직 이용을 제한하는 직장문화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성평등 수준이 높아지면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삶의 질도 개선되고 국가경쟁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성평등은 저출산 문제와 경제성장률 둔화 등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이자 우리가 선진사회로 진입하는 데 필요한 핵심 가치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