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역사박물관, 70억원 들여 ‘경제발전’ 전시실 없애고 개편
2019-04-18 08:52
포니차·88올림픽·청와대 집무실 등 소개돼 있던 전시는 폐기할 듯
18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따르면 올해 5층 개편을 위해 39억원, 내년에는 4층 개편에 16억원, 2021년에는 16억원을 투입해 3층을 개편하는 등 상설전시실을 개편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이를 위해 지난 1일부터 5층 '경제발전' 전시실을 폐쇄하고 이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상설전시실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 1일부터 12월까지 5층 전시실 관람을 제한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겠다고 공지하고 있다.
폐쇄된 5층 전시실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과정과 함께 포니자동차와 브라운관 TV, 선박 모형, 100억 달러 수출 기념탑, 1988년 올림픽 개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등을 소개하고 있었다. 결제발전의 그늘인 전태일 열사의 죽음 등 민주화 운동 관련 내용도 일부 포함돼 있으나 5층은 우리나라 경제의 발전상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있던 곳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5층을 먼저 폐쇄한 것은 주진오 관장 등 운영진으로 들어서면서 현재의 박물관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상을 소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데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를 우선 바꾸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경제발전상을 강조했던 박근혜, 이명박 정부의 전시 의도부터 해체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박물관 측의 용역으로 이뤄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상설전시실 전시개편 기획' 보고서는 기존 상설전시에 대해 국가 중심의 성장사관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성공의 역사로서의 대한민국을 재현하고 근현대의 신화로서의 경제성장 강조하는 한편 정치발전과 경제발전이 서로 유리된 채 독립된 사건으로 재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대한민국 국가 중심의 단선적 역사이해를 보이며 정치적 민주화로만 축소된 민주주의의 역사를 표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적 정체성 형성과 국민통합을 기본목표로 하면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기억의 왜곡과 구속을 추구하고 있으며 정부와 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을 재현해 경제성장의 결과와 가치를 정부와 기업의 사유물로 해석하고 금융위기 이후의 한국경제에 대한 성찰적 반성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여성이나 노동자 또는 이주민 등의 사회적 소수자의 관점을 결여하고 있으며 지역간 갈등, 사회 양극화, 이념·세대·계층간 갈등 해소 노력 간과 배타적·냉전적 북한 및 통일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방과 남과 북의 분단정부 수립에 대한 한반도적 인식이 결여돼 있고 민족보다 국가를 우위에 둔 사고방식을 반영하면서 탈냉전시기 국제정세와 남북관계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남북관계 및 북한사회 변화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역사문화콘텐츠연구워은 경제개발계획, 중화학공업과 수출주도산업의 육성, 기간재의 건설 등 산업화는 식민의 잔재와 전쟁의 폐허에서 출발한 대한민국이 오늘날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설 수 있도록 만든 역사적 성과임이 분명하지만 그 속에는 산업화의 맥락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민주화’라는 역사적 성과가 있고 산업화와 민주화는 선후 관계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동시적이며 다원론적으로 전개됐다며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벗어난 국가 중에서 제도적·절차적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실현한 거의 유일한 국가로 끊임없는 민주화의 과정을 통해 권위주의 정치체제와 경제 성장 위주의 산업화 정책을 변화시켰다고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역사를 민주화와 산업화의 과정을 균형 있게 전시해 역사 발전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포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전 전시가 우리나라 역사를 주로 휴전선 이남지역을 중심으로 전시하고 있으나 1945년 광복 이후 역사가 북한의 역사적 전개과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한반도의 분단, 6․25전쟁,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정전체제, 원조·차관경제체제와 군사동맹체제 등은 북한과 냉전질서를 함께 봐야 한다면서 우리나라가 현재 분단과 정전체제를 넘어서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역사적 기로에 서 있는 가운데 평화와 통일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 새로운 세대의 인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은 임시정부와 독립운동 등 대한민국의 태동을 소개하고 있고 4층은 광복 이후 역사 관련 전시물로 꾸며져 있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운영진의 적대감이 덜 할 수 있는 곳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단계적 개편을 통해 5층 전시실을 통사관으로 개편해 내년 12월 개관할 예정으로 우리나라 역사를 시대순으로 정리해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의 3, 4, 5층으로 나뉘어 있는 부분을 5층에서 모두 소개한다고 보면 되는데 현재 5층에 전시돼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과정에 대한 소개는 크게 축소된다
다음 단계로 4층은 2020년까지 어린이, 청소년 체험관으로 바꿀 예정으로 디지털 세대인 학생들이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3층은 2021년까지 주제관으로 개편할 예정으로 여성 문제, 민주화 과정, 헌법 개정 과정 등의 주제에 대해 1년에서 2년 기간으로 전시를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이용석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운영과장은 "박물관이 2012년 12월 개관해 내년이면 7년이 지나 박물관 영상이나 전시 기법이 노후화 되거나 고장 나 있는 부분도 있고 전시물도 새로 교체할 필요가 있어 단계적으로 상설 전시관을 개편할 예정”이라며 "청와대 집무실 재현 공간은 청와대 사랑채에 재현해 놓은 것이 있는 등 중복된다는 지적이 있어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3, 4, 5층의 전시가 너무 분절적으로 시기 구분을 했다는 지적도 감안해 개편이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