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서화 거장 안중식 100주기 특별전
2019-04-15 16:49
6월 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서 열려
안중식이 1915년에 그린 백악춘효도는 당시 일제가 훼손한 상태의 경복궁의 모습을 그대로 그리지 않고 이전의 원형을 그대로 표현했다. 가을에 그린 그림에도 제목은 봄이라고 붙였다. 일제의 경복궁 훼손에 나름의 저항을 하고 봄을 염원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립중앙박물관이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20세기 전환기 한국 근대 서화를 조명하는 특별전 ‘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를 6월 2일까지 연다. 근대 서화의 거장 심전 안중식(1861~1919)의 서거 100주기를 기념하는 이번 전시는 안중식의 대표작 ‘백악춘효’, ‘영광풍경’을 비롯해 근대 서화가들의 그림과 글씨, 사진, 삽화 등 100건의 작품을 선보인다.
1919년 안중식의 서거는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화단을 이끌었던 기성세대의 퇴장과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알리는 한국미술사의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이번 전시는 안중식을 비롯한 동시대 서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동양과 서양, 옛 것과 새 것, 전통과 모던이 공존하던 혼돈의 시대 근대 서화가들을 조명한다.
전시에서는 안중식을 비롯한 1860년대 전후로 태어난 세대들을 조명한다. 안중식과 조석진, 오세창, 지운영, 황철, 강진희를 비롯한 서화가들뿐 아니라, 김옥균, 박영효, 민영익 등 개화 지식인들이 근대 서화의 새로운 주역으로 등장하는 양상을 살핀다. 안중식은 조석진과 함께 조선 왕실 마지막 화원으로 어진 등 궁중 회화는 물론이고 다방면에 걸쳐 활약하면서 화단의 중심에 있었다.
또 동도서기의 하나로 서화가들이 새롭게 수용한 인쇄매체를 소개한다. 안중식은 오세창의 계몽 활동에 동참해 선구적인 삽화가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두 제자인 고희동과 이도영도 각종 계몽 소설과 잡지에 표지, 삽화를 그렸던 가운데, 이도영이 ‘대한민보’에 그린 만화에는 당시 세태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이 담겨 있다.
경술국치 이후 1910년대 서화계의 흐름도 살펴본다. 1911년 서화미술회 설립을 시작으로 1918년 서화협회 결성에 이르기까지 단체 결성 등 활동에 대해서도 돌아본다. 1910년대 안중식의 전성기 화풍과 이를 계승한 신예들도 조명한다. 안중식의 산수 화풍을 그대로 모방한 이상범의 산수화, 감각적인 색채가 돋보이는 이한복의 기명절지도는 서화미술회 강습소에서 안중식을 사사했던 신진 세대들의 전통 계승 양상을 보여준다.
서화협회전람회와 조선미술전람회가 열린 이후 전람회 시대를 맞아 변모하는 서화도 소개한다. 일본화에 영향을 받은 김은호, 최우석, 역사를 소재로 다룬 이도영의 기명절지와 고사인물화, 1923년 동연사를 결성하여 새 서화창작을 모색했던 변관식과 이용우, 노수현의 작품은 안중식 사후 변모하기 시작한 근대 서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심전 안중식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백악춘효’를 비롯해 ‘’영광풍경’(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탑원도소회지도’(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등 국내 주요 기관이 소장한 안중식의 걸작을 선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옮겨 온 다음 처음으로 개최하는 근대서화 전시로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던 서화 작품을 대거 선보인다. 일본 사노시 향토박물관 소장 한국 근대 서화류 중 일부도 이번에 처음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