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합병

2019-04-15 18:00
이해관계 걸린 10개국 '승인' 거쳐야...내년께나 윤곽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공식 합병은 내년에나 돼야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기업결합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오는 6월부터 이번 합병에 따른 이해관계가 걸린 10개국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중국 등이 포함된다. 

기업결합심사 통과는 이번 합병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모든 국가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단 한 곳이라도 반대할 경우 제동이 걸린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조영철 현대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내부적인 검토 결과 충분히 결합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올해 말 심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업계는 합병 최종 단계인 기업결합심사 통과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모든 과정을 해결해도 합병은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 각국은 자국 소비자 및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등을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다. 특히 조선업의 경우 세계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다. 

법무법인 세움의 천준범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는 "이번 합병의 관건은 중국"이라면서 "반독점거래 규제법이 도입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법리보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천 변호사는 "특히 중국은 자국 산업이 피해를 볼 경우 기업결합심사를 최대한 통과시키지 않으려 한다"며 "현대중공업이 치밀한 법리를 마련하고, 면담 등 여러 외적인 과정들을 동원해 설득하는 작업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장 규모가 가장 큰 EU도 상황은 복잡하다. EU 집행위원회 고위관계자들은 최근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한국 조선업계가 선박 가격 등을 올려 유럽계 선주들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M&A를 불허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은 지난주부터 EU와 실무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조선업에서 한국에 밀린 일본도 호락호락하게 승인해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빅딜 가운데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M&A가 무산된 경우가 더러 있다"면서 "다만 현대중공업 측이 정면 돌파를 선택한 만큼, 정치 및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시간은 다소 걸려도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사진 제공= 현대중공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