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터키가 투자자들의 불안을 해소하려면 중앙은행의 완전한 독립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폴 톰센 국제통화기금(IMF) 유럽 책임자는 지난 주말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IMF 연차총회 중 이 방송과 한 회견에서 "터키는 여러 가지 난관에 직면해 있다"며 "이 가운데 하나가 중앙은행의 완전한 독립"이라고 밝혔다. 터키 중앙은행이 상황 변화에 따라 정책을 견주고 정책 고삐를 죄려면 완전한 독립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6~7개월간의 금리인상은 환영할 일이지만, 터키 중앙은행이 재정정책을 둘러싼 여러 난관과 더불어 통화정책을 사정하고, 투명성을 더 갖는 데 있어 완전한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2017년 성장률이 7.4%에 달했던 터키 경제는 지난해 침체에 빠졌다. 과도한 부채를 떠안은 은행권과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 미국과의 외교 갈등과 더불어 정부의 통화정책 개입을 둘러싼 공포가 투자자들의 자본이탈을 촉발한 결과였다.

이 여파로 달러 대비 터키 리라화 가치는 지난해 36% 곤두박질쳤다.

리라화 약세와 지난해 25%를 웃돈 물가상승세에 맞서 터키 중앙은행은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8%였던 금리가 단숨에 24%로 올랐다. 톰센은 이를 환영한다며 터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한 건 금리인상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나마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달 6일 통화정책회의까지 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24%로 동결했다. 3월 물가상승률이 19.7%로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에 근접하면서 금리를 신중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성장'을 강조하는 포퓰리즘으로 중앙은행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는 점이다. 그는 급격한 인플레이션 상승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CNBC는 투자자들이 지난달 지방 선거에서 참패한 에르도안이 포퓰리즘 통화정책을 더 강요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침체에 빠진 터키 경제의 회복을 위한 금리인상 여지가 없는 건 아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물가상승률과 함께 두 자릿수 행진을 하고 있는 터키의 실업률(지난해 12월 현재 13.5%)이 경기침체와 맞물려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무디스는 터키 경제가 올해 2%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다만 리라화 약세와 인플레이션을 더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터키 경제의 뇌관인 경상·재정수지 적자(쌍둥이 적자)와 외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터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든 낮추든,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한 통화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더 많은 투자자들이 터키에 등을 돌리게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여기에다 터키가 무기 구매를 두고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것도 터키 투자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터키는 러시아산 방공미사일 시스템 S-400 4개 포대를 25억 달러에 구매하기로 확정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F-35 스텔스 전투기 부품 인도를 잠정 중단한다는 보복 조치까지 꺼내 들고 터키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당시 그리스,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우크라이나 등에 대한 IMF의 구제금융을 주도했던 톰센은 IMF는 터키와 어떤 구제금융 관련 논의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