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노사 극한대립…'한국 철수' 현실화 위기
2019-04-15 06:00
-노조 추가 파업…사측 셧다운 초강수
-'XM3 수출 물량' 확보가 최대 분수령
-파업 장기화 따른 협력사 줄도산 우려
-'XM3 수출 물량' 확보가 최대 분수령
-파업 장기화 따른 협력사 줄도산 우려
◆최대 분수령은 ‘XM3' 수출 물량 확보
14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의 한국 철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은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M3의 ‘수출 물량 확보’ 여부다. 앞서 XM3의 내수용 물량 4만대는 확보했지만, 수출 물량은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다수의 관계자들은 그간 르노삼성 수출의 핵심 역할을 해온 ‘로그 위탁생산’이 오는 9월 종료되는 만큼, 공장 유지를 위해서는 XM3 수출 물량 확보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르노삼성 부산 공장은) 기본적으로 내수가 아닌 수출에 초점이 맞춰진 공장”이라며 “수출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할 XM3에 대한 물량 확보가 이뤄지지 못하면, 한국 시장 철수가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르노삼성 한국 사업장의 운명을 가를 데드라인은, 르노 본사가 전 세계 생산 계획을 마무리하는 5월 초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본사는 부산공장의 생산성 저하를 우려해, XM3 유럽 수출 물량을 스페인으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걸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도 노사는 한 치의 양보 없는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작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총 55차례(218시간)의 부분파업을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한 매출 손실액만 24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1일에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찾아 중재에 나섰지만, 추가적인 부분 파업을 단행하며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사측도 ‘일시적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강도 높은 조치로 맞불을 놨다. 오는 29~30일, 다음 달 2~3일 공장 단체 휴가 방침을 결정하고 이를 노조와 부산공장에 통보한 상태다. 여기에 노동절인 5월 1일을 포함하면, 총 5일간 공장 가동이 중단된다.
이는 생산물량 감축에 따른 추가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닛산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 물량 차질 등을 이유로 올해 로그 위탁 생산량을 4만2000대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 중 2만4000대는 일본 규슈공장으로 이관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의 경영환경이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에도 노사는 한치 양보 없는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 르노삼성이 내수기업으로 전락하는 것을 넘어 한국GM 군산공장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협력업체·소비자도 ‘위기감 고조’
이에 대한 불안감은 협력업체 및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고조되고 있다.
협력사들은 장기화된 노사갈등으로 인한 피해규모가 이미 극에 달한 상황 속에, 빠른 봉합이 이뤄지지 못하면 폐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A 협력사 관계자는 "납품 물량 감소로 고용 유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줄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벌써 부산 공장 정리를 추진 중인 업체도 여러 곳 있다"고 말했다.
B 협력사 관계자도 "엔지니어를 비롯한 전문인력 이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달 들어서도 3명의 이탈현상이 발생했지만, 속수무책인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품질과 서비스 문제다.
한 소비자는 "장기간 파업으로 인한 피로감이 차량 품질문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 된다"며 "이로 인해 현재 계약 단계인 차량의 취소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비자도 "르노삼성의 한국 철수가 현실화되면 서비스센터 축소는 물론, 차량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건 불보듯 뻔한 일"이라며 "현재 계약금을 입금한 상태지만 심각하게 취소를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