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 좋은 우즈냐, 괴짜들의 마스터스 정복이냐
2019-04-12 15:22
1997, 2001, 2002년.
모두 ‘70타의 행운’이 깃든 숫자들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통산 4번의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대회 첫날 2언더파를 치고 정상에 오른 3번의 해다. 우즈가 또 첫날 70타를 쳤다. 일단 나쁘지 않은 우승 예감이다.
우즈는 12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100만 달러) 1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언더파 70타를 쳤다. 우즈는 6언더파 66타 공동 선두 브룩스 켑카, 브라이슨 디섐보(이상 미국)와 4타 차 공동 11위로 출발했다.
문제는 우즈의 좋은 예감이 무려 20년 전 이야기라는 사실이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현실은 냉혹하다. 대회 첫날 리더보드 맨 윗자리에서 선두 그룹을 형성한 세 명의 이름을 보면 만만치 않다.
공동 선두는 켑카와 디섐보가 차지했다. 켑카는 완벽한 ‘보기 프리’ 경기로 버디만 6개를 골라냈다. 디섐보는 무시무시했다. 보기 3개를 적었지만, 버디를 무려 9개나 잡았다.
켑카가 명함을 내밀지도 못하는 ‘괴짜 골퍼’는 디섐보다. 물리학도 출신으로 골프를 이론으로 접근해 ‘필드의 과학자’로 불린다. 디섐보도 2016년에 투어에 데뷔해 통산 5승을 쓸어 담았다. 아직 메이저 대회 우승은 없다. 하지만 올해 마스터스에서 일을 낼 기세다. 이날 18번 홀(파4)에서 친 두 번째 샷이 깃대를 정확하게 맞히고 홀컵 바로 앞에 떨어진 장면은 압권이었다.
노장 필 미켈슨(미국)의 첫날 단독 3위는 의미가 크다. 미켈슨은 버디 7개를 잡으며 보기 2개로 5언더파 67타를 쳤다. 공동 선두와 불과 1타 차다. 승부사인 미켈슨은 ‘마스터스 정복자’다. 메이저 대회에서 통산 5승을 거뒀는데, 이 중 마스터스에서 입은 그린재킷이 2004, 2006, 2010년까지 세 벌이다. 미켈슨이 올해 또 우승하면 48세 9개월의 나이로 마스터스는 물론 PGA 투어 메이저 대회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게 된다. 올해 26번째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첫날 선두권에 발을 딛은 미켈슨은 우즈의 좋은 예감을 가로막을 강력한 우승후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