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육책, EU 숙원 '투자협정' 내주고 美견제·5G 챙겨
2019-04-10 16:05
중·EU 정상회의 공동성명 채택 성공
中, 지재권·공정경쟁·보조금 등 양보
EU, 中 역점사업 지지·5G 협력 화답
트럼프 정책은 딴지, 대미 견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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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中 역점사업 지지·5G 협력 화답
트럼프 정책은 딴지, 대미 견제 강화
중국과 유럽연합(EU) 간 정상회의에서 진통 끝에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중국은 EU의 숙원이었던 '투자보호협정' 체결을 약속하며 더 많은 시장을 내주는 대신 미국 견제를 위한 공동 보조를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화웨이 등 중국 5G 기술의 유럽 진입 가능성을 높은 것도 성과로 꼽힌다.
10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과 EU는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를 통해 24개 항목으로 구성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중·EU 정상회의가 공동성명을 채택에 합의한 것은 2016년 이후 3년 만이다.
공동성명은 "올해 내로 투자 자유화 측면의 결정적 진전을 이뤄 내년에 높은 수준의 투자협정을 체결한다"고 명시했다.
시장 진입 확대와 외국 기업·투자자에 대한 동등한 대우, 투자보호체계 구축 등이 핵심 내용으로 고위급 협상을 벌인 뒤 연말까지 결과를 보고하기로 했다.
지난 2013년 협상이 시작된 지 5년 만에 EU가 원하는 대답을 중국이 내놓은 셈이다. 중국 시장의 추가 개방을 위한 투자협정 체결은 EU의 숙원 사업이었다.
양측은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기로 했으며, 공정경쟁 심사 및 국가보조금 분야의 협의체 마련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미·중 무역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요구했던 내용의 상당 부분을 EU 측에도 약속한 것이다.
또 농산품과 식품 무역을 확대하고 유럽산 포도주·위스키의 상표권 보호를 위한 지리적 표시제(GIS) 문제를 연내에 매듭짓기로 했다. 유럽에 유리한 사안들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정상회의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개방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거둔 성과도 있다. 공동성명은 "5G 기술은 미래 경제·사회 발전의 토대"라며 "양측은 소통과 합작 체계를 발전시키고 교류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산업계 간의 기술 합작 교류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화웨이 등 중국의 5G 통신장비 도입 가능성을 남겨 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EU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0) 정부조달협정 가입을 지지한다는 문구를 공동성명에 넣는 데 동의했다.
중국이 줄기차게 추진해 온 역점 사업으로, 이 협정에 가입해야 외국 정부의 조달시장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공동성명에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와 EU의 유럽·아시아 연결 프로그램을 연계해 협력한다는 문구도 포함됐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한 소식통은 "경제 분야의 경우 전반적으로 유럽에 유리한 방향으로 마무리됐다"면서도 "중국도 얻은 게 있는 만큼 서로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美 외교·안보전략 비판 한목소리
애초에 중국이 이번 정상회의에 임하면서 바란 것은 미국 견제를 위해 EU와의 공동전선 구축이었다.
중·EU 양측은 공동성명에서 WTO 개혁을 함께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WTO 무용론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트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행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일방주의에 반대한다는 원론적 표현과 함께 미국의 영향권에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감시 강화도 공언했다. IMF의 자금 집행 내역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파리협정과 이란 핵 확산 방지를 위한 합의안 준수를 촉구했다. 모두 트럼트 대통령이 탐탁치 않아 하는 사안들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한반도 문제가 논의된 것도 눈길을 끈다.
공동성명은 "북·미 간 대화를 통해 평화를 실현하는 해결 방안을 지지한다"며 "남북 간 화해 추진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과 EU) 양측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관련 결의의 전면적이고 완전한 이행의 중요성도 강조했다"고 언급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EU에 경제적 이익을 건네는 대신 외교·안보 측면에서 실리를 챙긴 게 중국의 성과"라며 "EU도 트럼드 대통령의 독단적인 행보에 위기감을 느끼고 중국과 공동전선을 구축한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