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정상회담 쟁점과 전망] '굿 이너프 딜' vs '빅딜'…비핵화 돌파구 찾는 韓·美 정상

2019-04-10 21:49
'승부사' 文대통령 vs '협상가' 트럼프…비핵화 톱다운 담판 일정 돌입
美 대북라인 3인방 先접견…文대통령 '연속적 조기 수확' 앞세워 설득
美 정상회담 직전 'FFVD·김정은 독재자' 언급…韓·美 엇박자 불식 관건

'교착 장기화냐, 돌파구 마련이냐.' 제3차 핵담판 풍향계인 한·미 정상회담의 막이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10일 워싱턴 D.C.행에 몸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협상에 나선 뒤 12일 귀국한다. 이는 문 대통령 취임 후 일곱 번째 회담이다. 워싱턴에서는 세 번째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 앞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안보라인 3인방을 별도로 접견한다. 이 중 폼페이오 장관은 '제2차 핵담판의 실무협상'을, 볼턴 보좌관은 '하노이 노딜'을 주도한 매파(강경파)로 통한다.

이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주장하는 미국 내 강경파를 먼저 설득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9일(현지시간) 미 상원 세출위원회 소위에 출석해 대북외교 목표에 대해 "FFVD와 재래식 수단의 위험 감소"라며 대북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한반도 운전대를 다시 잡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평화 프로세스도 최대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트럼프 방한 추진하는 文…'김정은 독재자' 거론한 美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비핵화 조율'이다. 이는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전제조건이다. 여권 내부에서 거론되는 한·미 정상회담 후 '이달 말 남북 정상회담 개최→오는 5∼6월 트럼프 대통령 방한' 등도 비핵화 조율 여부에 달렸다.

미국의 일괄타결식 빅딜과 북한의 스몰딜의 간극 좁히기에 나선 문 대통령은 단계적 비핵화 조치와 일부 제재 완화의 교집합을 찾는 '연속적 조기 수확(early harvest)' 전략을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핵심은 문 대통령의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 충분히 좋은 합의)'이다. 앞서 북·미 양국이 '영변 핵시설 폐기+알파(α)'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노딜을 맞은 만큼, 문 대통령은 촉진자 역할론을 앞세워 '선(先) 완전한 비핵화 합의-후(後) 단계적 비핵화 조치'를 위해 총력전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미 정상회담 전 대북 압박 기조를 끌어올린 미국을 설득할 카드다. 매파인 폼페이오 장관은 미 상원 세출위원회 소위 청문회에서 '대북 협상을 지속하는 동안 최대 경제적 압박은 유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말했다.

◆韓·美 간극 좁히기 실패 땐 3차 핵담판 장기간 표류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독재자로 부르겠느냐'라는 질문에도 "물론이다"라고 각을 세웠다. 사실상 비핵화 조치의 '단계적 합의는 없다'는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앞서 미국은 하노이 노딜 당시 영변 핵시설 이외에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풍계리 핵실험장 등 북핵 관련 시설의 신고·사찰·검증 로드맵을 고리로 북한을 압박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안보특보는 이와 관련해 풍계리 사찰 수용을 언급하며 "(이 경우) 미국도 부분적 제재를 해줄 것"이라며 '북한의 행동'을 촉구했다. 북한은 현재까지 영변 핵시설 폐기 후 어떤 로드맵으로 완전한 비핵화에 도달할지를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10일 워싱턴 D.C.행에 몸을 실었다. 사진은 청와대 춘추관.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북한이 버티는 상황에서 미국이 강경일변도로 일관할 경우 북한에 제공하는 '단계적 보상'은 사실상 무력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구상 중 하나로 꼽히는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가동 재개' 등 부분적 제재 완화에 대한 합의는커녕 되레 한·미 엇박자를 가속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비핵화 최종 목적지에 대한 공감 없이 '북한의 핵·미사일·대량살상무기 폐기' 등을 둘러싸고 북·미 갈등만 증폭한다면, 제3차 핵담판은 장기간 교착 국면에 빠질 전망이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도 문제다. 문 대통령의 굿 이너프 딜이 미국 강경파를 설득하는 데 실패할 경우 제3차 핵담판을 위한 남북과 미국의 '3국 실무회담' 및 '3국 워킹그룹' 구성 등의 기회도 실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문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한·미 엇박자 우려를 불식한다면, 비핵화 촉진자 역할 증대와 함께 제3차 핵담판은 가시권에 접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