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홍콩 민주화를 요구했던 이른바 '우산 혁명' 지도자 9명이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웨스트카우룽법원은 이날 홍콩의 대표적인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찬킨만(陳健民) 홍콩중문대 교수, 베니 타이(戴耀延) 홍콩대 교수, 추이우밍(朱耀明) 목사 등 9명에게 '공중방교죄(公衆妨攪罪·공공소란죄)' 등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구체적인 형량을 아직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는 "영국 식민지 시절 제정된 홍콩의 공공질서법에 따라 재판부는 친칸만 교수, 베니 타이 교수, 추이우밍 목사에게 최대 7년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고 전했다.

세 사람은 지난 2013년 '오큐파이 센트럴(도심을 점령하라)' 운동을 시작해 이듬해 우산 혁명 시위의 불씨를 지피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들은 2014년 12월 경찰에 자수해 조사받은 후 석방됐지만, 이후 검찰에 의해 기소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이들은 우산 혁명의 '촉발제' 역할을 한 것은 인정하지만 검찰의 기소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 사람 이외에 나머지 피고인 6명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홍콩 법원이 우산 혁명 지도자들에게 '공중방교죄'를 적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SCMP가 전했다. 
  앞서 2013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한 이후 중국 정부는 홍콩의 정치 문제에 개입하자 홍콩인들이 이듬해 중국 정부에 홍콩의 최고수장인 행정장관 직선제 약속을 지키라며 대규모 민주화 시위를 벌였다. 2014년 9월 하순부터 12월 15일까지 약 79일 동안 약 10만 명이 민주화 시위가 벌여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외신들은 당국의 최루탄을 우산으로 막아낸 시위대의 행동을 비유해 이 시위를 우산 혁명(Umbrella Revolution)이라고 명명했다.

우산 혁명 이후 200명 이상이 기소됐고, 많은 사람들이 유죄 판결을 받아 수감됐다. 특히 시위에 동참했던 한 정치인은 6년 형을 받고 현재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산 혁명 지도자 9명에 대한 판결이 이뤄진 9일, 웨스트카우룽 법원 앞에는 홍콩 민주화 단체와 시민들이 모여 이들을 지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니 타이 교수는 법정 출석에 앞서 보도진에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며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이우밍 목사도 이날 "홍콩인을 굴복시키지 말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