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혁명수비대 '테러조직' 지정…중동 긴장 고조

2019-04-09 07:18
트럼프 "전례없는 조치"…이란 "국제법 위배" 강력 반발
리비아 이어 이란 긴장↑…국제유가 5개월만에 최고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이란정예군혁명수비대(IRGC)를 외국 테러조직(FTO)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정규군인 IRGC와 함께 IRGC의 해외 활동 조직인 쿠드스군(Qods Force)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IRGC는 이란 정부가 세계적인 테러 캠페인을 벌이고 지휘하는 주요 수단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무부가 주도한 이번 전례 없는 조치는 이란이 테러지원국이며 IRGC가 테러리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재정을 지원하며 국정 운영의 도구로서 테러리즘을 조장한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역시 브리핑을 통해 이번 지정이 IRGC가 테러의 배후 조력자일뿐만 아니라 직접적 참가자라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번 조치에 대해 "이란 정권에 대한 우리의 최대압박의 범위와 규모를 더욱 늘릴 것"이라며 "이란이 악의적·불법적 행동을 포기할 때까지 재정압박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IRGC와 사업을 수행하거나 IRGC를 지원할 경우 이는 테러리즘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보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이미 1984년부터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다. 미국은 이전에도 테러 지원을 이유로 IRGC와 관된 개인과 기업 등을 제재한 적이 있지만, IRGC 전체를 지정한 적은 없었다. 미국이 IRGC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할 것이라는 예측은 이전에도 나왔다. 그러나 한 국가의 정규 군사조직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무리가 있는 조치라는 경고도 나왔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군의 고위관료들 역시 트럼프 정부와 마찬가지로 IRGC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향후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에게 미칠 부작용 및 이란과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국가들과의 문제를 이유로 오랫동안 테러조직 지정에 반대해왔다"고 관료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핵협정 탈퇴, 제재 부활에 이은 또하나의 반이란 정책이다"라며 "미군에 대한 보복공격 우려를 높였다"라고 지적했다. 

이란은 미국의 조치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직속 기관인 최고국가안보위원회는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고 이란 국영텔레비전은 이날 보도했다. 안보위원회는 또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현명하지 못하며 불법적"이고 중동지역과 국제 안전과 평화에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IRGC 이란 정규군의 산하조직이다. 그러나 이란 사회 전체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IRGC는 사정거리 2000㎞에 달하는 장거리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권한을 쥐고 있다. IRGC는 1979년 이란혁명 이후 시아파 통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창설된 최정예 군부대다. 경제·정치·군사 등 모든 방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조직이다.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참여했고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원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이 IRGC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에 대해 "나의 또다른 요구를 받아준 점이 고맙다"며 "우리나라와 지역 내 국가들의 이익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P 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IRGC 테러조직 지정으로 원유수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국제유가는 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1%(1.32달러) 상승한 64.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예외 연장과 관련해 "적절한 때(in due course)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예외조치 연장 결정 시한은 5월 2일이다. 

 

지난 2017년 9월 27일 수천 명의 이란 시민들이 IS에 의해 참수당한 이란혁명수비대 장교 모흐센 호자지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