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쇼크]④ 양현석이 떼지 못한 ‘서태지와 아이들’ 꼬리표
2019-04-04 15:28
[편집자 주] 이 정도면 'YG 쇼크'다.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잇따른 대형 악재를 맞았다. 사회적 문제로 번진 '버닝썬 사태'는 꼬리를 물고 YG에 폭탄을 던졌다. 소속 가수들은 'YG 우산' 속에서 마약, (성)폭력, 성접대, 경찰 유착, 탈세 등 범죄 행각을 벌여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결국 승리(빅뱅)는 연예계에서 퇴출됐다. 괴물을 키워낸 '꿈의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를 진단한다.
1992년. 한국 대중음악사의 한 획을 그은 해다. ‘난 알아요’와 ‘환상 속의 그대’를 들고 나타난 남성 트리오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은 시대를 강타한 ‘예술적 혁명’에 가까웠다. 헤비메탈 밴드 출신의 서태지가 당시 한국에서는 낯선 흑인 음악 랩을 끌어와 큰 충격을 안겼고, 이전까지 발라드에 물들었던 가요계는 소문난 ‘춤꾼’이던 양현석과 이주노의 몸짓에 열광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패션은 신세대들의 트렌드를 만들었다. 꼬리표가 그대로 달린 의상마저 유행이 될 줄 누가 알았던가.
‘서태지와 아이들’은 4집을 끝으로 해체를 선언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이후 양현석은 제작자로 변신했다. 그의 ‘제2의 음악인생’은 놀라운 행보를 거듭했다. 대표 프로듀서로 새 옷을 입은 양현석은 1996년 양군기획을 설립하고 2001년 지금의 YG엔터테인먼트로 사명을 바꾸는 사이 지누션, 원타임, 세븐, ,거미, 빅뱅, 2NE1, 블랙핑크 등을 키워내며 승승장구했다.
양 대표를 포함한 YG 소속 가수들은 ‘YG패밀리’라 부른다. ‘YG는 가족’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 비뚤어진 자식들이 경찰서를 들락날락 거리며 사고를 치고 다닌다. YG의 수장은 양 대표다. YG패밀리의 아버지다. 양 대표에게 책임론을 묻는 건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양 대표는 침묵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 사과 발언 한 번 내놓지 않고 있다.
양 대표의 반복되는 ‘YG 사태’에 대한 대처는 무척 실망스럽다. 대중을 우습게 여기는 오만이고 오판이다. 소나기 지나가길 기다리듯 이 시기를 놓치면 신뢰를 더 잃을 수밖에 없다. 양 대표가 입을 열 때다. YG 소속 가수들은 물론 어린 연습생들이 이런 아버지를 믿고 따를 수 있을까. “내 탓이오”, “내 자식 대신 나를 잡아가시오”라고까진 외치지 못하더라도 진정성 있는 사과부터 해야 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신비주의’의 아이콘이었다. 마케팅 측면도 있었지만, 음악 작업을 할 때 밖을 거의 나가지 않는 서태지의 성격 탓이기도 했다. 양 대표는 아직도 ‘양군’(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별명)의 의상에 붙었던 꼬리표를 떼지 못한 듯하다. YG의 간판 뒤에 숨어 ‘신비주의 놀이’를 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의 모자와 옷이라도 들춰 보고 싶은 마음이다.
불현듯 서태지와 아이들 2집에 수록된 ‘죽음의 늪’이 떠오른다. ‘시커먼 먹구름이 날 가린다. 곧 비가 내리겠지. 비에 날 씻을 수 있을까. 흥 쓸데없는 소리. 여긴 어디라고 말했지. 죽음의 늪.’ 양 대표는 YG의 깊은 늪에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양 대표에게 ‘정중히 예의를 갖춰’ 묻고 싶다.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