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쇼크]② 재능만능주의로 사단(事斷) 난 ‘양현석 사단’
2019-04-02 16:44
[편집자 주] 이 정도면 'YG 쇼크'다.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잇따른 대형 악재를 맞았다. 사회적 문제로 번진 '버닝썬 사태'는 꼬리를 물고 YG에 폭탄을 던졌다. 소속 가수들은 'YG 우산' 속에서 마약, (성)폭력, 성접대, 경찰 유착, 탈세 등 범죄 행각을 벌여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결국 승리(빅뱅)는 연예계에서 퇴출됐다. 괴물을 키워낸 '꿈의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를 진단한다.
‘눈뜨면 뭐가 돈 될까 머리 또 굴리지. 더티 캐시(Dirty Cash)에 배부른 니 주머니. 제발 좀 작작해 독 같은 더티 캐시. 부모형제와 친구마저도 버린 거니. (중략) 내 꿈을 막는 더티 캐시. 행복의 기준마저 돈이 되는 세상 내 꿈은 얼마.’
2006년 빅뱅의 정규앨범 1집 타이틀곡 ‘더티 캐시(Dirty Cash)’는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한 가사로 호평을 받았다. 신인 아이돌 그룹이 사회적인 문제를 풍자하며 꼬집었으니 얼마나 당돌했겠는가. 이후 빅뱅은 한 시대를 풍미한 ‘메가 히트’ 그룹으로 거듭났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빅뱅 멤버들은 YG의 그늘 아래서 서서히 ‘괴물’로 변해갔다. 빅뱅뿐이 아니다. YG 소속 가수들은 온갖 추문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제 멋 대로였다. 일탈을 넘어 범죄 행각을 일삼았다. 최근 수년간 YG의 소속 연예인들은 대마초 사건부터 마약 밀반입, 군복무 불성실로 인한 특혜논란, 성접대, 경찰 유착, 사기횡령 의혹들이 줄줄이 문제를 일으켰다. 결국 YG는 질 좋은 상품을 만든 공장이었고, 개성이 변질된 통제할 수 없는 괴물들을 탄생시켰다.
YG에 뿌리박힌 ‘재능만능주의’가 부른 참사다.
양현석은 인성보다 ‘재능’을, 박진영은 재능보다 ‘사람’을 강조한 셈이다. 가치관은 사람마다 다르고, 섣불리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도 없다. 또 행동으로 그대로 나타나라는 법도 없다. 다만 YG가 병들고 있는 사이, 최근 연예계 추문에서 자유로운 JYP는 재평가 받고 있다.
YG의 운영 시스템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도 있다. 최근 기획사들의 트렌드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 연예계 정설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최근 가요 기획사는 인성교육, 사생활 관리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반해 YG에는 인성교육이라고 할 만한 게 딱히 없는 걸로 안다”며 “아마 양현석 회장이 아티스트 출신이기 때문에 아티스트들을 신뢰하고 믿는 모양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러나 회사에는 규칙이 있어야 하고 이를 어길시 명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대다수 연예기획사들은 성교육, 인성교육, 심리상담 등 꽤나 구체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 엔터주 시총 1위면서 지난해 시장 전망치를 넘는 실적을 발표한 JYP는 오래 전부터 예절과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YG라는 거대한 그늘은 소속 연예인들을 양지가 아닌 음지에서 어긋나게 만든 방패 막이었다. YG는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진정성 없는 공식입장을 내거나 양현석이 직접 쓴 ‘프롬YG’로 대처했다. 도 넘은 제 식구 감싸기로 반복된 일탈을 부추긴 꼴이었다.
‘더러운 돈 때문에 이 사회가 썩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 꿈을 팔고. 이 세상은 돼지들의 보물창고. 너의 꿈이 이렇게 변할 수 있어? 백원 하나에 기뻐하던 난 어디 있어? 돈이 나를 바꿔 너와 우릴 바꿔? 미친 세상!‘
‘더티 캐시’를 외치던 빅뱅은 지금 어디 있는 걸까. 도덕불감증에 빠진 그들은 꿈을 판 돼지들로 변해 있다. 더 이상 재능이 아닌 물질 만능주의에 물든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