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과 경극의 ‘특별한 첫 만남’...베일 벗은 ‘패왕별희’

2019-04-03 17:50
이자람 음악감독 "음악 작업, 방대했다"

[3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우희 역을 맡은 김준수가 검무를 추고 있는 장면. 사진=국립극장 제공]

한국의 창극과 중국의 경극, 이자람 음악 감독과 우싱궈 연출의 ‘첫 만남’은 특별했다.

국립창극단은 오는 5일부터 14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창극 ‘패왕별희’를 공연한다. 개막을 이틀 앞둔 3일 국립창극단은 ‘패왕별희’의 부분 시연을 언론에 공개했다.

창극과 경극은 이질감 없이 함께 한 무대에 올랐다. ‘경극스럽지’도 그렇다고 ‘창극스럽지’도 않았다. 창극, 경극이라는 단어를 잠시 잊고 공연에 집중하게 했다.

영화 ‘와호장룡’으로 제73회 아카데미 미술상을 수상한 예진텐이 만든 멋스럽고 아름다운 의상을 입은 배우들은 관객들을 중국 춘추전국시대로 안내했다.

전세가 기운 상황에서 우희 역을 맡은 김준수가 항우를 위해 추는 ‘검무’는 이색적이었다. 본래 경극에서는 남자 배우가 여성 역할까지 맡는 것이 전통이다.

전쟁에서 희생된 혼령들이 다함께 고향의 노래를 부르는 ‘오강에서 자결하다’ 장면에서는 구슬픈 국악이 작품을 더욱 슬프게 만들었다.

국립창극단의 ‘패왕별희’는 대만 당대전기극장 대표 우싱궈와 소리꾼 이자람의 만남으로 주목 받고 있다. 두 사람은 전통의 현대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같은 방향으로 걷던 두 사람이 마침내 ‘패왕별희’를 통해 만났다.

이자람 음악감독은 3일 “우싱궈 연출은 경극을 기반으로 현대적인 작업으로 나아가는 사람이고 나는 국악을 기본으로 마찬가지 작업을 하고 있다. 각자의 전통을 가지고 어느 구간을 유연하게 할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지금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고 함께 작업한 소회를 전했다.

관객들의 판단이 남았지만 30분여동안 보여진 시연 장면에서 ‘패왕별희’는 경극과 창극이 함께 만든 특별한 색을 보여줬다. 하나가 되기 위해 서로에게 다가간 노력의 흔적이 보였다.

우싱궈 연출은 “판소리가 갖고 있는 내면적인 생명력, 우주를 향한 외침에 진심으로 큰 감동을 느꼈다”며 “ 경극과 한국의 판소리를 3개월 만에 완벽하게 결합시키는 것은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다. 판소리가 경극을 담아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같은 동양 문화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작창을 맡은 이자람 음악 감독은 “경극은 몸짓 등 표현하는 것이 다양해 음악 작업도 방대했다. 손다혜 작곡가님과 함께 장을 나눠서 작업했다. 혼자서는 절대 하지 못했을 것이다”며 “우희가 춤출 때 감싸주는 음악을 우리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2장에서는 적벽가, 6장에서는 춘향가를 레퍼런스로 잡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