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인보사 후폭풍에 대기업 바이오 명암 엇갈려

2019-04-02 19:00
'인보사' 판매 중지에 코오롱그룹 전체 영향
SK·LG 계열사, 바이오 투자해 성장동력 확대

대기업 계열 바이오·제약 산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무릎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판매 중지로 직격탄을 맞았지만, SK케미칼과 LG화학은 바이오 사업을 디딤돌로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제조·판매를 중지하며 그룹 전체에 타격을 미치자, 바이오·제약 사업을 진행하는 SK와 LG그룹 자회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기업 바이오 산업 진출 사례 중 낙제점을 받을 위기에 처한 곳은 코오롱이다. 코오롱은 이웅열 전 회장의 지원 하에 미국에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을 설립해 약 20년 만에 국산신약 29호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를 개발했다.

2017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보사 판매허가를 획득하고 미국 임상 3상을 진행하는 등 결실을 맺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주성분 중 1개 성분(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의 세포와 다른 세포인 것으로 추정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이 때문에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티슈진과 판매한 코오롱생명의 주가는 물론 그룹 전체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반면 SK그룹의 자회사인 SK케미칼은 바이오 제약산업 진출로 평균 성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SK케미칼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케미칼의 지난해 연간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3677억원으로 전년 동기 878억3637만원 대비 14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57억3364만원으로 전년 동기 -91억8125만원에서 흑자 전환했다.

그린케미컬(Green Chemicals Biz) 분야와 생명과학(Life Science Biz) 분야가 동시에 성장했지만 생명과학 분야의 성장이 크다. 생명과학 분야 작년 매출액은 3486억원, 영업이익 324억원으로 전기(매출액 146억원, 영업이익 -22억원) 대비 23배 가까이 뛰었다.

SK케미칼의 성장은 자체개발 백신과 합성의약품의 성장 덕분이다. 2015년 출시한 세포배양방식을 활용한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가 시장에 안착했고, 기술수출에 성공한 앱스틸라 러닝로열티 유입 등도 실적 개선을 거들었다.

LG그룹 계열사인 LG화학도 바이오 제약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확대하는 모습이다. 바이오 사관학교로 불리던 LG생명과학이 2017년 LG화학과 합병하면서 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스웨덴·프랑스 등의 바이오기업들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면역항암제 등을 둘러싼 기술 협력을 진행 중이다.

이미 합성의약품으로 신약을 개발한 경험을 보유한 LG화학은 바이오 투자를 확대하면서 지난해 410여명 수준의 신약개발 연구개발 인력을 올해까지 450명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1238억원이던 연구개발비도 올해 18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LG화학 생명과학 사업부문의 작년 영업이익은 495억4700만원으로 전체 영업이익 중 2.2%를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바이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예상하며 뛰어들고 있지만 당장의 이익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초기 단계에서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이 투입되고 연구개발 기간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기업의 인내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코오롱, SK, LG ci.[사진=각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