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역할 확대에 기업들 좌불안석

2019-03-28 13:00
'국민연금 반대'에 조양호 회장 대항항공 사내이사 연임 실패
삼성전자 호텔신라 대림산업 한라홀딩스 등도 국민연금 눈치

[사진=아주경제DB]

[데일리동방] 국민연금이 많은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에 애를 먹을 전망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데에도 국민연금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현재 국민연금은 국내기업 주식에 108조9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국내 주식자산의 54%에 달하는 유동성을 직접 운용하는 중으로, 우리 자본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셈이다. 

특히 국민연금 지분이 높은 기업들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대한항공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날 주주총회에서 대한항공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했고,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은 무산됐다.

조양호 회장과 한진칼 등 특수관계인은 대한항공 지분 33.35%를 갖고 있다. 이외에 국민연금 11.56%, 외국인 주주 20.50%, 기타 주주 55.09% 등으로 구성됐다. 그동안 대주주일가의 지배력이 견고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국민연금의 연임 반대가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에 제동을 걸었다. 

대한항공처럼 국민연금 눈치를 봐야 할 기업들이 적지 않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9.25%다. 소액주주 비중은 58%다. 삼성전자 대주주 일가 및 특수관계자 지분은 19.76%다.

호텔신라에도 국민연금 자금이 대거 투입됐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호텔신라 지분 11.96%를 확보했다. 호텔신라의 대주주일가와 특수관계자의 지분 합은 17.3%다. 소액주주 지분율은 67.34%다. 현재 대표이사는 오너일가인 이부진 사장으로, 임기는 내년 3월24일까지다. 

대림산업도 국민연금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대림산업의 국민연금 지분율은 12.7%다.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은 23.1% 수준이다. 소액주주는 58.86%의 지분을 쥐고 있어 국민연금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대림산업은 오너일가인 이해욱 부회장이 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해욱 부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23일까지다.

한라홀딩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보면 국민연금은 이 회사 지분을 13.5% 갖고 있다, 한라홀딩스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율은 27.64%다. 한라홀딩스 역시 오너일가가 경영을 맡고 있다. 최대주주이자 등기임원인 정몽원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23일까지다.

다만,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국민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에 정치권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다"며 "하지만 대한항공 사례를 계기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