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칼럼] 원전. 최저임금 '정책 손절매' 검토할 때
2019-03-20 05:00
한전의 수익을 보면 이 부분이 잘 드러난다. 한국전력은 2016년에는 7조2000억원, 2017년에는 1조4000억원 흑자를 기록하더니 2018년에는 약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2년여 만에 순익 감소폭이 8조4000억원이니 실로 어마어마하다. 자회사인 한수원도 비슷하다. 2016년 2조5000억원, 2017년 9000억원 흑자에서 2018년에는 10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탄탄하게 흑자를 내던 에너지 공기업들이 대규모 적자로 돌아선 것은 아무리 보아도 걱정이 된다. 에너지 정책이 환경 등 다양한 가치를 고려해야 하지만 일단은 경제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물건도 너무 비싸면 사들일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비용이 너무 크면 재고를 해야 한다. 공기업 수익성이 이처럼 급격하게 악화되고 이제 전기료 인상으로 얄팍해진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다시 건드려야 할 만큼 이러한 정책은 무리가 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미세먼지 문제가 불거지면서 석탄발전의 위험도도 더욱 부각되고 있다. 탈원전이 환경을 악화시키기까지 한다면, 경제성에다가 환경 악화까지 겹쳐지는 결과가 된다. 탈원전을 해야 할 명분과 실리가 다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수십년을 쌓아올린 원전 노하우가 망가지는 부분까지 감안한다면, 이 정책은 재고되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도 그렇다. 최근 고용보험 수지가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일자리 수 감소가 실업급여 수급자를 늘리면서 작년 고용보험은 수입이 약 10조8000억원, 지출이 약 11조6000억원 정도로서 8000여억원에 달하는 적자가 발생했다. 2016년에는 1조4000억원, 2017년에는 약 7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는데, 보험수지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그리고 당분간 이러한 추세가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제 고용보험료 인상이 추진되고 있다. 2013년 이후 동결된 보험료의 인상이 이루어지면 6년 만에 다시 인상되는 셈이다. 최근 전반적인 고용상황 악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그중 하나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감소이다. 지난 2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5만명이 줄어들었다. 자영업자들의 부채가 약 600조원으로 추정되어 1인당 평균 1억원 정도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5만명의 폐업은 빚 5조원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물론 부채를 잘 갚고 자발적 퇴출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장사가 안 되어 폐업을 하게 되고 이 경우 부채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자영업자들에게 고용되었던 근로자들은 ‘실업자’가 되고, 자영업자는 ‘신용불량자’(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되고 있는 셈이다.
탈원전 정책과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이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정책이다. 쉽게 놓을 수 없는 요소가 있다. 하지만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손절매를 해야 후일을 기약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계속 보유하다가 손실 규모가 막대해지면 손실을 만회할 기회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두 정책을 포함한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통한 새로운 기회의 모색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