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대출도 ‘그림의 떡’… 사금융 내몰리는 저신용자들

2019-03-17 08:00
대출 거절경험 2년 새 3배↑… 최고금리 인하 ‘직격탄’

최근 경기도 성남의 한 화상경마장에서 불법 고리사채업자가 경찰에 붙잡히고 있다.
사진은 아래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동방] 시중은행은커녕 대부업체에 신청한 대출마저 거절당해 사금융시장으로 내몰리는 저신용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자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심사는 더욱 까다로워졌다. 

17일 서민금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대부업·사금융시장 이용자 및 업계동향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저신용자 3792명(유효 응답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거부당한 응답자는 전체의 54.9%에 달했다.

2016년에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거부율이 16%인 것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2월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까지 낮추며 대부업체 심사를 강화한 탓이다. 최고금리 인하가 되레 저신용자 양산을 부추긴 셈이다.

대부업체에 접근하는 대다수 이용자는 저신용자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지 못할 경우 사금융이나 가족·친지 등에게 손을 벌려야 한다.

실제 응답자의 43.9%가 대출 거절 후 ‘가족도움’으로 자금을 조달한다고 답했다. 또 불법사금융(14.9%), 회생·파산(14.6%) 등을 선택했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가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다 보니 저신용자 개인의 부채가 가정 전체에 타격을 입혀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서민금융연구원은 빚 독촉에 시달리는 채무자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2014년 도입된 채무자대리인제도에 대한 저신용자들의 인지율이 낮다고 분석했다.

채무자대리인제도는 채무자가 변호사 등 채무 대리인을 선임하면, 대부업체는 직접 채무자에게 접촉해 독촉을 하지 못하고 채무자 대리인과만 협의하도록 한 제도다.

채무자의 심적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정부가 장려한 제도임에도 응답자의 무려 73.2%가 채무자대리인제도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사금융인지도 모른 채 대출을 신청한 응답자도 35%에 달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최고금리를 연 20%까지 낮춘다면 이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7조원이던 정책금융 지원 규모는 올해 8조원 가량으로 늘었다.

그러나 서민금융 관련 재원은 별도 예산 없이 금융권 출연 등 민간에서 조달키로 한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왜곡된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민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불법 사금융에 손 댈 수밖에 없는 저신용자가 매년 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른바 ‘돈 없고 백 없는’ 서민들의 심리적 채무부담을 덜어주는 채무자대리인제도를 활성화시키고, 관련 교육도 자유롭게 받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