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우윤근 러 대사 '1천만원 차용증' 쓴 측근 소환
2019-03-12 11:37
우대사 측 "협박당해 돈 준 것"
검찰이 우윤근(61) 주러시아 대사의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하던 중 측근을 소환 조사했다고 12일 밝혔다. 해당 측근은 문제의 돈을 돌려주는 과정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남우)는 전날(11일) 김영근(60) 중국 우한 총영사를 불러 부동산 개발업체 C사 대표 장모 씨에게 1000만원을 건넨 경위에 대해 조사했다.
앞서 2009년 4월 국회의원이었던 우 대사는 장씨에게 조카를 포스코건설에 취업시켜주겠다며 두 차례에 걸쳐 10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약속대로 취업이 되지 않자 장씨는 우 대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장씨는 우 대사가 돈을 돌려주지 않다가 20대 총선을 일주일 앞둔 2016년 4월에야 1000만원을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 대사 측은 지인 소개를 통해 장씨를 본 적이 있지만 어떤 돈도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다만 장씨가 2016년 전남 광양 선거사무소에 찾아와 돈을 주지 않으면 피켓시위를 하겠다고 협박한 탓에 차용증을 쓰고 돈을 빌려줬다고 설명했다. 우 대사 측은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 대사는 장씨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한 상태다.
우 대사 측이 공개한 차용증에는 당시 우 대사 보좌관이었던 김 총영사가 자신의 동서인 허모 씨의 명의로 돈을 빌려준 것으로 적혀있다.
그러나 장씨는 김 총영사와의 대화 녹취록까지 공개하며 반박에 나선 상황이다.
녹취록에서 장씨는 "정치적으로 민감하시다고 그러니까 차용증으로 대체 하시고요. 그 돈은 제가 갚는 돈이 아니고 실제로 (우윤근) 의원님한테 받을 돈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총영사는 "알았어. 그렇게라도 마무리합시다. 내가 빌려주는 형식을 취하고"라고 답했다.
검찰은 앞서 돈을 줬다고 주장하는 장씨, 장씨와 우 대사를 연결해준 조모 변호사를 잇달아 소환 조사한 바 있다. 우 대사는 주러시아 대사 교체 이후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장씨는 우 대사 측근인 조 변호사가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회장 회장으로부터 1억2000만원을 받았고, 이 중 1억원이 우 대사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우 대사를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김 전 회장이 2012년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조 변호사가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우 대사에게 수사 무마를 청탁하겠다는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으며, 이 돈의 상당 부분이 우 대사에게 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변호사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이 확정됐으나, 재판부는 조 변호사가 돈을 받았을 뿐 실제로 수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하거나 우 대사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기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