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훈의 중소기업 다녀요] 공유경제가 바꿀 공동체 세상
2019-03-11 12:51
공유경제의 상징으로 비춰지던 카풀이 택시업계와의 지루한 협상 끝에 평일 출퇴근 시간 2시간 서비스라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카풀 수요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심야 운행이 제외돼 반쪽짜리 합의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어쨌든 공유경제의 힘겨운 첫발을 뗐다
공유경제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급격히 바꿔나가고 있다. 공유가 가능한 세상에서는 자가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 생전 처음 보는 사람 차에 몸을 싣는다. 지하철역이 멀어서 차로 출퇴근하던 직장인들도 ‘퍼스트 마일(First Mile)’, ‘라스트 마일(Last Mile)’ 개념을 도입한 공유 자전거를 활용하면 집과 지하철까지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시간적 경제성을 고려해도 공유 자전거 출퇴근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다면, 많은 사람은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 이용에 동참할 것이다.
공간의 공유는 여행객들을 위한 숙박, 기업들의 오피스를 넘어 주방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한 공간에서 10~20개 팀이 음식을 조리하고, 유통할 수 있게 지원하는 주방 플랫폼은 창업 초기 폐업률이 높은 자영업 외식업자들에게 경제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 조리 공간이 아닌 오픈된 장소에서 함께 일해야 하고, 위생적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더 많겠지만, 사업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시설투자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은 자영업자들에게 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몇몇 고리타분한 학자들은 급격한 경제 발전의 부작용으로 공동체가 붕괴하고, 자신만 위하는 개인화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공유경제는 그들의 분석이 잘못됐다는 것을 증명한다.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해 공동체 문화를 버렸던 개인들은 다시 공유경제 플랫폼 안에서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다.
공동체의 붕괴를 우려했던 이들이 개인화를 막지 못했던 것처럼, 경제성을 등에 업은 공동체로의 회귀 또한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다. 전통산업과의 갈등, 각종 규제의 벽 앞에 서 있는 공유경제가 나아가야 할 길은 험난해 보인다. 그러나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