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금융포럼 미리보기] 다시 돈 푸는 지구촌 화두는 환율
2019-03-11 18:01
결국 환율이 전 세계 금융시장 화두로 떠오른 이유다.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있고, 신흥국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본지는 오는 13~15일 '아시아 태평양 금융포럼'을 '5차 환율전쟁'이라는 주제로 연다. 행사에 앞서 미·중 무역분쟁으로 위기에 빠진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금융시장을 짚어 보았다.
◆뒷걸음치는 세계 성장률 전망치
1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얼마 전 3.5%에서 3.3%로 내려갔다. 미국이나 중국, 유럽도 마찬가지다. 유럽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1.7%에서 1.1%로 떨어졌다.
중국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가뜩이나 부진했던 1년 전보다도 낮은 6.0~6.5%로 내다보았다. 성장률을 단일 수치가 아닌 구간으로 점친 것도 처음이다. 그만큼 경기에 확신이 없다는 얘기다.
중국은 경기 경착륙을 막을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먼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를 올해 2.8%까지 늘리기로 했다. 1년 전에 비해 0.2%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이뿐 아니라 제조업 부가가치세율도 16%에서 13%로 낮춘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미 2018년 1월부터 지금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지급준비율을 떨어뜨렸다. 그만큼 자금난에 빠진 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는 이제 소비와 투자에서 확인해야 한다"며 "내수가 살아난다면 수출 부진에 따른 성장률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중국 소비주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NH투자증권이 펴낸 자료를 보면 중국 전체 소비에서 자동차와 가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중국 정부가 자동차와 가전 부문에 보조금 혜택을 집중하기로 한 이유다. 박진솔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환경오염과 미세먼지 문제로 자동차 교체 수요도 커졌다"고 전했다.
◆환율전쟁에 빨라지는 위안화 평가절상
미·중 무역분쟁이 실마리를 찾아가면서 위안화 가치는 빠르게 평가절상되고 있다. 한때 달러당 7위안 근처까지 올랐던 위안화 환율은 얼마 전 6.7위안까지 떨어졌다. 이는 약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중 무역협상이 타협점을 찾는다면 추가적인 위안화 절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강 인민은행 총재는 미·중 무역협상 과정에서 환율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에만 유리하게 위안화 환율을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두 나라는 외환시장에 대한 긴밀한 소통도 이어가기로 했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통화정책은 이미 2018년 하반기부터 바뀌기 시작했다"며 "미·중 무역분쟁이 봉합되면 위안화는 강세 쪽으로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 그간 위안화 약세는 코스피를 끌어내리는 악재로 작용해왔다. 대중국 무역 의존도와 원·위안 상관관계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권희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바라는 위안화 절상을 중국 입장에서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수입품 가격이 하락해 물가 안정과 가계 소비에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꾸준히 오르고 있는 유가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당분간 위안화 절상과 함께 가계와 소비자를 중심으로 경기 부양책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세계 주식시장서 중국 통화정책 영향 커져
중국 통화정책이 전 세계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00년 이후 중국 사회융자액 변동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를 6개월가량 선행했다.
즉, 중국 사회융자가 완만하게 늘어나면 전 세계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해왔다. 실제 중국 사회융자액이 2018년 들어 전년 대비 약 13% 줄었고, 주가지수는 부진했다. 반대로 2017년까지 10년 사이에는 연평균 15%가량 늘어났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통화정책이 완화적으로 바뀌었고, 덕분에 인민은행도 정책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는 달러화 가치를 낮추면서 경기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주요국이 내놓고 있는 부양책이 주식시장에서는 유동성 장세로 이어질 수 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유럽이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 미국과 중국도 긴축에서 벗어나 부양에 나서고 있다"며 "기대를 웃도는 확장적인 통화정책은 유동성 면에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나라마다 규모만 다를 뿐 재정·통화정책에서 중심을 경기 부양으로 잡고 있다. 일본도 4년 만에 인프라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년 전 경기 흐름은 상고하저였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며 "세계 경제성장률이 오는 2분기부터는 오름세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