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중국제조 2025’는 어디로 가는가 ?

2019-03-10 10:13
미중무역협상은 60-70% 정도 미국 요구조건을 반영하는 차원에서 스몰딜(small deal) 타결 가능성

 

[사진=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올해 전인대 리커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에서 산업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이를 두고 결국 중국이 미국한테 무릎을 끓은 것이 아니냐? 이제 협상 타결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제조 2025은 2015년 전인대에서 처음 언급되어 중국제조 2025 실시단계 진입(16년)→중국제조 2025 심화실시(17년)→중국제조 2025 시범구 창설(18년) 등 매년 전인대에서 핵심 성장 아젠다로 제시되어 왔기 때문이다. 중국제조 2025은 중국 5개년 경제발전 계획인 13•5규획(2016~2020)과 14•5규획(2021~2025)을 관통하는 중국산업 고도화의 핵심전략이자 시진핑 정부의 중국몽(Chinese Dream)의 마스터 플랜이다.

따라서 중국제조 2025는 미중무역협상의 핵심의제로서 협상타결의 분수령이 되는 셈이다. 미국이 요구한 142개의 다양한 협상 의제를 중국이 수용가능한 측면에서 분석해보면 크게 3가지 의제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중국이 수용 가능한 유형으로 무역적자 해소, 기술 및 지식재산권 보호강화, 비관세장벽 제거, 농산물 수입확대, 위안화 절하방지 및 환율개혁 등 전체 협상의제 중 대략 30-40% 정도 차지한다. 둘째 중국이 수용하되 양허시간이 필요한 유형으로 서비스 산업 및 자본시장개방, 미국의 대중국 투자에 대한 규제 해제 등 전체 의제 중 30-40% 정도 차지한다. 셋째, 중국정부가 수용하기 힘든 유형으로 대략 20-30% 정도 해당되는 미국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첨단기술에 대한 대미 투자(M&A) 제한, 중국정부 보조금에 의한 불공정한 산업정책 개정 등 핵심이슈가 포함되어 있다. 마지막 유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중국제조 2025’인 셈이다.

중국제조 2025 전략에 대한 미중 양국의 시각차는 극명하다. 미국은 중국의 미래산업정책인 중국제조 2025 전략의 숨은 의도는 외국기업으로부터 기술 및 지식재산을 훔치기 위해 공개시장(open market) 이라는 용어로 위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중국은 자유시장 및 국제규범 무역을 준수하는 대신에 국내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및 육성정책을 통해 전체 글로벌 공급체인을 빨아들인다는 것이다. 중국 입장은 어떨까? 중국제조 2025는 투명하고 공개되어 있고 비차별적인 정책이어서 중국기업뿐만 아니라 외국기업들도 참여가능하다고 애기하고 있다. 또한 혁신기술 및 제품개발의 지원과 함께 단순제조 생산역량을 줄이고 하이테크 제품 생산증대에 초점을 둔 공급측면의 구조개혁일 뿐이지 글로벌 공급체인의 지배가 목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자국 미래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 보조금 지원 및 육성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시행하고 있는 국가 산업고도화 전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혁신전략(A Strategy for American Innovation), 일본재흥전략(Japan is Back), 독일의 공업4.0(Industry 4.0) 전략, 한국의 2040 과학기술혁신전략 등 주요 선진국가들 모두 4차 산업혁명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성장전략을 수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중 통상분쟁의 출발점은 미중 양국간 벌어지는 패권전쟁이라는 애기다. 지금의 경제패권을 둘러싼 전쟁은 점차 금융패권, 기술패권과 군사패권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불공정한 방식에 의한 중국의 기술추격을 미국의 산업경쟁력에 대한 매우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어 이번 기회에 예봉을 꺾겠다는 의지다. 중국은 반도체 등 첨단분야에서 미국의 기술과 장비부품에 대한 의존 내지 종속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국제조 2025 전략을 통해 빠른 시일내 기술자립을 하고자 했다. 결국 제조강국과 과학기술혁신 강국을 외쳤던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은 지금의 사태를 초래했다는 책임론이 대두되는 이유이다.

중국제조 2025 전략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분명 국내 경기부진과 미중무역전쟁 초래에 대한 내부비판 여론 확산으로 인해 시진핑 정부의 국정 리더십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양국 정부 주요 인사가 최근 들어 무역협상이 상당히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한 것처럼 지금의 분위기에서 괜히 끍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명목상 중국제조 2025 용어는 사라졌지만, 그 대신 ‘전략적 신흥발전전략’이라는 용어로 대체했다. 그러나 기술자립을 위한 핵심사안은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미중무역협상은 대략 60-70% 정도 미국의 요구조건을 최대한 반영하는 차원에서 스몰딜(small deal) 타결 가능성이 있다. 2020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도 하노이 북미회담의 실패 이후 이를 만회할 정치 이벤트가 필요할 것이다. 무역협상을 빨리 끝내야 농업, 제조업 지역민들의 지지도 얻을 수 있다. 또한 중국 등 여러 국가에 대한 통상압박을 하고 있지만 미국 무역적자 규모는 오히려 급증하는 추세이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도 조급해 질 수 밖에 없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무역전쟁 타결을 통해 실익을 얻고, 시진핑 주석은 미중무역전쟁을 종식시켰다는 실리와 명분의 중간점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 잠시 은폐는 할 수 있어도 중국제조 2025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미국 기술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로봇, 바이오, 정보통신, 항공우주, 반도체 등 핵심 육성산업에 있어 기술대체를 통해 핵심부품과 장비, 기초 원자재에 대한 자급 비율을 더욱 확대할 것이다. 향후 제2라운드 통상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중국과의 기술경합을 벌이고 있는 미래 산업군을 다시 살펴보고, 좀 더 디테일한 산업혁신 전략구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에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여 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현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