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차 단속 헛도는데…세금 쏟아 미세먼지 잡겠다더니

2019-03-08 04:00
文대통령 "中과 대응 협의" 주문에 환경부 부랴부랴 후속대책
석탄발전 셧다운 등 2년 전과 판박이…추경 편성도 논란일 듯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긴급조치 강화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대책을 냈지만 미세먼지에 갇혀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노력에도 지난 6일까지 엿새째 고농도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은 상황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7일 ‘고농도 미세먼지 긴급조치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미세먼지 대응을 중국과 협의할 것을 주문하자 부랴부랴 후속 대책을 내놨다.

이날 대책은 △한·중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공동 시행 △미세먼지 예보·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등 공동 대응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서해 인공강우 공동 실험 등 중국 당국과의 협조 방안이 주된 내용이었다.

국내 대책으로는 3일 이상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공공부문 국가·공공차량의 전면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 밖에 도로 미세먼지 제거를 위한 살수차 운행 확대, 석탄발전 80% 상한제약 대상 확대(40기→60기)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부분이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발표했던 대책들과 대동소이하다.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 추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 정부는 당시에도 △봄철 석탄 화력발전기 일시적 폐쇄(셧다운) △친환경차 보급 확대 및 전기차 충전 인프라 조기 구축 △도로먼지 제거 청소차 보급 확대 등을 밝혔다.

미세먼지 저감 협력을 한·중 양국의 주요 의제로 격상시키는 방안도 제시했었다. 2년이 지난 지금, 정부가 낸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재탕, 삼탕 수준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근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연일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쳇바퀴 돌 듯 반복된 미세먼지 대책은 국민 체감도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미세먼지 주범으로 알려져 있는 노후 경유차의 경우 배출가스 5등급 차량으로 분류돼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운행이 제한된다.

제한대상은 2.5t 이상 배출가스 5등급 차량만 전국 269만대, 수도권 97만대로 추산된다. 문제는 서울시를 제외하고 경상남도 등 지방자치단체는 관련 조례조차 없어 운행 제한을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지원으로 노후 경유차에 저감장치를 부착하거나 폐차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각 지자체마다 열악한 재정 탓만 하고 있는 데다 생계형 경유차 등의 거센 반발 등에 막혀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경유차 NO작전’을 강력히 추진했던 일본과도 비교된다. 도쿄의 경우 1999년 경유차·화물차 협회의 반대에도 불구, 경유차 판매와 구매를 금지하고 경유 가격을 올렸다. 10년 후 초미세먼지는 연중 평균치의 50% 넘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미세먼지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 감축 정책도 거꾸로 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석탄발전설비는 총 3만6031MW(메가와트)지만 2020년 3만7281MW, 2021년 3만9911MW, 2022년 4만2041MW로 매년 증가할 전망이다.

전력수급, 전기요금 인상 등의 우려로 정부가 섣불리 석탄발전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필요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긴급 편성할 수 있다는 정부 발표도 도마에 올랐다.

공기정화기 보급 확대, 중국과의 공동협력 사업 등에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계획인데, 예방보다 사후대책에 불과해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정부 대책은 ‘사후약방문’ 식으로 미세먼지 발생 후 대응에 중점을 두고 있어 실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보다 강력한 의지를 갖고 국민들이 노후경유차 운행 제한, 석탄발전 감축 등에 동참할 수 있도록 설득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