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후 6시 30분(한국시간 오후 8시 30분) '역사적인 핵 담판'을 마무리 짓기 위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재회했다. 이들은 약 2시간 동안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에서 일대일 단독회담과 친교만찬 등 첫 공식일정을 소화했다.

◆북·미 위치, 싱가포르 회담 때와 180도 달라져··· '대등' '친밀' 강조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30여분 전인 오후 5시 59분께 자신의 숙소인 JW매리엇 호텔을 나섰다. 하루종일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두문불출하던 김정은 위원장은 오후 6시 15분께 회담장으로 출발했다. 회담장인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에는 일찍 출발한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도착해 김 위원장을 약 5분간 기다렸다.

두 정상은 오후 6시 28분께 미국 성조기와 북한 인공기가 각각 6개씩 배치되고  'HANOI 하노이 회담SUMMIT'이란 글자가 새겨진 회담장 앞에 섰다.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에서 미소를 띤 모습으로 회담장에 들어섰던 모습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모두 경직된 몸짓에 긴장한 표정으로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첫 대면에서 약 9초간 악수를 나눴다. 악수가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어깨를 가볍게 두번 두드리는 등 친근감을 연출했다. 김 위원장도 긴장이 약간 풀린 듯 트럼프 대통령의 팔을 살짝 쳤다. 두 정상의 가벼운 스킨십으로 삭막했던 분위기가 풀어지면서 얼굴에는 생기와 미소가 감돌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악수 후 취재진이 질문을 하자, "2차 북·미회담이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며 "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의 두 번째 질문은 "감사하지만, 조금 있다 말해주라"며 미루고 김 위원장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눴고,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날 환담과 만찬은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지난 1차 회담과 여러모로 달랐다. 두 정상의 도착시간, 좌우 위치, 만찬 테이블 좌석 배치 등 모든 면에서 협상 파트너인 북한과 미국의 대등한 관계를 나타내려는 듯 세심하게 신경쓴 모습이었다.

우선 정상회담장으로 걸어들어가는 두 정상위 위치가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와 정반대로 계획됐다. 싱가포르 회담 때는 김 위원장이 상석인 왼쪽에, 트럼프 대통령이 오른쪽에 섰지만 이번에는 인사와 자리에 앉았을 때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상석인 왼쪽, 김 위원장이 오른쪽에 섰다.

회담장소의 도착 시간도 철저하게 계산된 의전이었다는 분석이다. 1차 회담 때는 김 위원장이 빨리 도착했고,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도착해 김 위원장을 기다렸다. 1차 회담 때 미국이 호스트를 맡아 북한을 배려했던 만큼 이번에는 북한이 호스트를 맡아 북·미회담의 종합적인 균형감을 연출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양복을 입고, 김 위원장은 인민복 차림으로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얀색 셔츠에 파란색과 핑크색 줄무늬가 들어간 넥타이를 선택해 부드러운 인상을 풍겼다. 지난 1차 회담 때 빨간색 넥타이를 선택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 위원장은 1차 때도 인민복을 입었다.

이들은 30여분간 인사를 나눈 뒤 메트로폴 호텔 1층 '베란다 룸'에서 친교 만찬을 시작했다. 만찬 테이블은 비교적 작은 크기의 원형테이블로, 두 정상은 이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다.

지난 1차 회담 때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사각형의 긴 테이블에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각진 사각형에서 부드러운 원형 테이블로, 마주보는 자리에서 나란한 양옆자리로 바뀌면서 북·미 정상이 첫 만남 때보다 심리적·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졌음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 옆으로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직무대행이 앉았다. 김 위원장 옆에는 김영철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이 순서대로 앉았다. 원형 테이블인 만큼 리 외무상 옆에는 멀베이니 직무대행이 자리했다.

김 위원장은 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우리가 제한된 시간 동안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서 크게 웃었다. 그는 "흥미로운"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만들어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 대화를 들으려면 돈을 내야 한다"고 답하며 크게 웃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파안대소를 터뜨리는 등 친근감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등을 두드리기도 했다. 

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이들은 당초 예정된 시간인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10시 30분)을 훌쩍 넘겨서까지 자리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제 말을 들었으면 상당히 놀라셨을 것"이라며 "내일 아주 바쁜 하루가 될 것이다. 서로 도움되는 길로 훌륭한 결과 도출하길 바라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노이 회담, 싱가포르 때와 뭐가 달라졌나

두 정상은 이날 약 2시간에 걸친 첫 만찬을 끝내고 28일 단독회담과 확대정상회담을 갖는다. 싱가포르 회담은 4시간 45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진행됐지만, 하노이 회담은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만큼 협상을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도 훨씬 치열할 전망이다.

회담의 세부적인 일정도 차이가 난다. 1차 회담 때는 두 정상의 단독회담이 먼저 이뤄진 뒤 실무진들의 확대정상회담이 진행됐다. 두 정상은 공식적인 회담 일정을 모두 끝낸 뒤에 오찬 행사를 즐겼다.

하지만 이번 하노이회담에서는 만찬이 가장 먼저 배치됐다. 본격적인 단독회담과 확대정상회담은 28일 예정됐다. 두 정상의 만남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 만큼 공식적인 협상에 앞서 만찬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긴장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회담에 참석하는 실무진 구성도 달라졌다. 싱가포르에선 양 정상까지 포함해 미국 측에선 7명, 북한 측에선 8명이 배석했다. 당시 회담장에 들어가지 않았던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도 의제협상을 주도해왔던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그의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도 오찬을 함께했다.

하지만 이번 만찬에서는 두 정상을 포함해 3:3 미팅으로 진행됐다. 훨씬 더 친밀한 분위기 연출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28일 연쇄 릴레이 회담··· 마지막 담판으로 '하노이 선언' 결정될 듯

이날 저녁 두 정상의 첫 단독회담과 만찬은 핵담판 전체의 향방을 가늠할 풍향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28일에도 몇 차례의 회담을 이어간 뒤 모든 일정을 끝내고, 그 결과물이 담긴 '하노이 선언'에 대한 서명식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이견이 아직까지 완전히 타협되지 않은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담판으로 하노이 회담의 최종 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후 단독 기자회견을 가졌던 지난해 1차 때와 달리 이번에는 두 정상이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갖는 깜짝 이벤트도 연출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베트남을 떠나기 전에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타스는 이날 하노이발 기사에서 이번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책임이 있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출국 전 자신의 숙소인 JW매리엇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전했다. 현재 JW매리엇 호텔 측은 기자회견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에도 단독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은 것으로 보아 이번 기자회견도 단독으로 열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