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독과점 우려높은 반도체 장비 기업간 M&A 심사 까다로워진다
2019-02-26 12:00
공정위, 혁신경쟁 촉진을 위한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
혁신기술로 인정되는 탈모치료제 제조·판매업체가 제품 출시가 임박한 탈모치료제 연구·개발 업체를 인수할 경우, 보다 강도높은 혁신산업 M&A 심사를 받게 된다. 전통 M&A 방식으로는 상품 판매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상호 경쟁관계로 보기 어렵지만, 혁신산업 측면에서는 상호 경쟁관계가 인정돼 시장을 독과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대로 반도체 등 혁신산업에서 시장주도 기업이 아닌, 소규모 추종기업들간 M&A를 추진할 경우에는 오히려 혁신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만큼 M&A 심사 과정도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혁신경쟁 촉진을 위한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개정해 27일부터 시행한다.
특히, 혁신기반 산업의 M&A 심사 시 관련시장의 획정방식도 이번에 제시됐다.
예를 들어, A 성분의 경구형 탈모제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이 b 성분의 경구형 탈모치료제를 연구·개발하는 업체를 인수할 시, B 성분 업체가 상품을 출시해 판매하지 않더라도 잠재적 경쟁관계로 설정된다.
혁신시장의 시장집중도 산정 기준도 제시됐다. 혁신시장은 제조·판매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매출액 등에 기반한 시장점유율 산정 및 시장집중도 파악이 쉽지 않다. 이에 대안적 기준으로 △연구개발비 지출 규모 △혁신활동에 특화된 자신 및 역량의 규모 △해당분야의 특허출원 또는 출원된 특허가 피인용되는 횟수 △혁신경쟁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사업자의 수 등을 참고토록 구체화했다.
혁신기반 산업 M&A 심사 시 경쟁제한 효과에 대한 심사기준도 제시됐다.
혁신기반 산업은 M&A 이후 결합당사회사가 연구·개발 등 혁신활동을 감소시킬 경우, 관련 분야의 혁신경쟁 저해로 이어져 실제품 출시 저해, 제품 업그레이드 지연 등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경합당사자가 중요한 혁신 사업자인지 여부 △결합당사자회사가 수행한 혁신활동의 근접성 또는 유사성 △결합 후 혁신경쟁 참여자 수가 충분한 지 여부 등을 심사기준으로 내놨다.
정보자산 M&A 심사 시 고려할 심사기준도 구체화됐다. M&A로 인해 대체하기 곤란한 정보자산에 대한 접근을 봉쇄하는 지 여부, 정보자산과 관련한 서비스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등 비가격 경쟁을 저해하는 지 여부 등도 고려된다.
이같은 혁신산업 M&A 심사는 2015년 반도체 제조장비시장 점유율 1위인 AMAT(어플라이어 머틸리어스)와 3위인 TEL(도쿄 일렉트로)간 M&A 심사에서도 앞서 적용돼 인수합병이 허가되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을 독과점할 수 있는 이들 기업은 삼성전자 등 반도체기업에 필요한, 반도체 원료를 가공하는 장비를 제조하는 업체로 실제 제품인 반도체 생산을 지연하거나 반도체 가격상승을 부추길 수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반도체기업의 나노 공정 등에도 부담을 줘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까지 피해를 전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혁신시장에서 오히려 새로운 기업결합이 혁신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경우에는 M&A 심사가 보다 조속하게 전개될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