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물러나는 김병준 “새 지도부와 미래 위한 걸음 계속해 달라”
2019-02-25 11:21
고별 기자간담회 자청…당 혁신 중요성 역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고별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 역시 저를 변화시키기 위한 길을 가고자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7월 17일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그는 “누가 어떻게 지도부를 구성하든 자유한국당의 미래를 위한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남을 보고 혁신하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스스로를 혁신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비대원장은 “서로의 목소리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고, 지나간 세월에 대한 반성으로 동지와 동료들에게 아픔을 주는 인적쇄신도 단행했다”면서 “당헌·당규에 반영하지는 못했지만 보다 더 잘하자는 의미에서 새로운 평가체계를 마련하기도 했다”고 그동안의 성과를 전했다.
또한 “당협위원장 선발에 있어 오디션 방식의 활용 등 당 운영을 투명하게 하는 한편, 일반당원의 권리를 확대하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있어 그 변화의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점”이라며 “정치는 실현가능한 꿈을 만들어 파는 일, 변화의 흐름과 역사의 흐름을 읽고, 이에 상응하는 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비대위원장의 기자간담회 모두발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 동지 여러분.
여전히 날씨가 찹니다. 하지만 곳곳에서 봄기운이 느껴집니다.
우리 당에도 봄기운이 느껴집니다. 아직 추위가 다 가시지는 않았지만 변화된 지지도에서, 또 전당대회의 열기나 당원 동지 여러분들의 표정 등에서 작게나마 그 기운을 느낍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 동지 여러분.
그 추운 겨울, 그 혹독한 추위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던 시절, 우리는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독선과 그로 인한 우리 내부의 갈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못된 말 한 마디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쳐지는지, 또 그 결과가 얼마나 혹독한지를 느끼고 배웠습니다.
그리고 노력했습니다. 서로의 목소리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고, 지나간 세월에 대한 반성으로 동지와 동료들에게 아픔을 주는 인적쇄신도 단행했습니다. 당헌 당규에 반영하지는 못했지만 보다 더 잘하자는 의미에서 새로운 평가체계를 마련하기도 했고, 당협위원장 선발에 있어 오디션 방식의 활용 등, 당 운영을 투명하게 하는 한편 일반당원의 권리를 확대하는 실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그 변한 모습이 잘 보이지는 않겠지만, 우리 나름의 아픔을 겪어가며 할 수 있는 일을 해 왔습니다.
특히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있어 그 변화의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점입니다.
정치는 실현가능한 꿈을 만들어 파는 일, 변화의 흐름과 역사의 흐름을 읽고, 이에 상응하는 꿈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 꿈이 없으면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닙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에서 보듯, 손에 잡은 권력이 오히려 ‘승자의 저주’가 되어 스스로를 찌르게 됩니다.
고민했습니다. 무엇으로 우리의 꿈을 만들어 갈 것인가?
위대한 국민! 우리는 여기서 답을 찾았습니다.
“성공을 향한 열정이 강한 국민, 특유의 까다로움으로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는 국민, 그러면서도 공동체와 공공선에 대한 의식이 높은 국민, 이 국민들이 답이다. 그리고 그 속에 우리 자유한국당의 미래가, 또 이 나라의 미래가 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위대한 국민, 이 국민들을 뛰게 하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과, 이들이 만든 기업과, 이들로 구성되는 공동체를 뛰게 하자. 막춤을 추더라도 추게 하자. 그 막춤 속에 혁신이 있고, 그 혁신 속에 우리의 일자리와 소득이, 그리고 미래가 있다.”
새삼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가 더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자유,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들 스스로 스스로를 규율하는 자율의 질서, 이것이 우리의 미래를 열어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국가는 개인이, 그리고 시장과 공동체가 잘 할 수 없는 일들, 이를테면 국가안보와 안전을 지키고, 약자와 패자를 보호하고,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등의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천명한 ‘아이노믹스(i nomics)’의 정신, 바로 그것입니다.
봄기운이 조금씩 느껴지는 가운데, 우리는 이러한 생각과 눈으로 우리를 가다듬고 있습니다. 또 이러한 생각과 눈으로 우리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보십시오. 시누이를 아가씨라 부르지 말라, 방송에 출연하는 가수들의 외모는 이러이러해야 한다, 우리생활 구석구석 국가권력이 파고들고 있습니다. 임금은 얼마이상을 줘야 하고, 일은 몇 시간 이상 하면 안 되고, 이런 일은 하면 안 되고, 저런 일은 해야 하고….
기업의 손과 발을 묶는가 하면, 압수수색 영장이 연간 20만건 이상 발행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국민연금을 기업을 옥죄는 수단으로 쓰겠다고 하기도 합니다.
우리 국민들을 대단하고 위대하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자유와 자율을 누릴 능력이 없는, 스스로 정화하는 자정능력이라고는 있을 수 없는 어리석고 사나운 백성 정도로 보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곧 정의이자 선(善)이요, 모든 답은 자신들이 다 가지고 있다는 오만함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국민들만 그렇게 보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만든 기업도, 시장도, 공동체도 그렇게 봅니다. 시장과 공동체가 가진 역동성이나 자정능력 같은 것은 아예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입니다. 당연히 그러한 역동성이나 자정능력이 자랄 때까지 기다리지도 못합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 동지 여러분.
국민을 불신하고, 시장과 공동체를 불신하는 정권이, 또 자신들만이 정의요 선(善)이라 생각하는 오만한 정권이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또 기업 하나 하나의 능동성과 창의력, 그리고 그에 기반 한 혁신역량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에 말입니다. 가르치고 규제하고 감독하고, 그러다 투자가 일어나지 않거나, 소상공인 등 어려운 사람들이 더 어렵게 되면 곧 바로 국가재정을 털어 넣고…. 이러고도 우리의 미래가 있을까요.
그러면서도 막상 국가가 있어야 할 곳에는 국가가 없습니다. 이를테면 북한에 핵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게 되면, 일본이 그냥 있겠습니까. 핵무장론이나 군사대국화 논의가 일어나겠지요. 그렇게 되면 우리 국민은 가만히 있을까요? 자칫, 너도 나도 핵을 가지게 되고, 결국 우리 모두는 핵의 공포 위에 놓이게 되겠지요. 상황이 이러한데 정부는 과연 무슨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나요. 들리는 게 제재완화 우선의 이야기입니다.
평화체제 아래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 활성화된다고 해도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남쪽의 제조업이 어떻게 될까요? 노동임금이 싼 북쪽으로 대거 이동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남쪽의 일자리는 어떻게 되고, 단순 노동에 종사하는 저소득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죠?
당연히 그러한 체제에 맞는 남북 간의 산업적 분업체계 등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겠지요. 그에 따른 산업구조조정과 인력양성 정책, 그리고 과학기술정책 등이 있어야 할 것이고요. 그러라고 국가가 있고 정부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문제에 몰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십니까? 그야말로 국가가 있어야 할 곳에는 국가가 없고, 국가가 없어도 될 곳에 국가가 있는 모습 아닙니까.
국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 동지 여러분.
실현가능한 꿈을 만들어가는 자유한국당에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 자유한국당이든 그 지도자든 과거의 눈과 프레임으로만 보지 말아 주십시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봐 주십시오.
이번 전당대회만 해도 그렇습니다. 많은 분들이 과거의 프레임으로 후보들을 해석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해석합니다. 이를테면 태극기를 드신 분들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부분만 해도 그렇습니다. 많은 분들이 자유한국당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고 걱정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이제 그렇게 허약하지 않습니다.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고, 많은 것을 고쳐나가고 있습니다. 다소 지나친 주장이 있어도, 또 다소 우려되는 움직임이 있어도 이는 그 속에서 용해될 수 있습니다. 미래로 향한 발걸음에 그만한 동력이 붙어있다는 말씀입니다.
국민 여러분, 부탁드립니다.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위대함과 대단함을 아는 정당입니다. 개인의 자유와 자율, 그리고 그에 기반 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정당입니다. 그런 면에서 변화가 일상화되어 있는 시대적 흐름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철학을 단단히 하는 한편, 안보와 안전, 그리고 약자에 대한 보호 등, 국가의 보완적 역할 또한 중시하고 있습니다.
당원 동지 여러분, 여러분은 역사의 흐름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자부심을 가지십시오. 국민을 사납고 어리석은 백성 정도로 보는 정당은 승리할 수 없습니다. 오만한 태도로 역사를 흐름을 벗어나고 있는 정당은 승리할 수 없습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위대함을 보고 그와 함께하는 정당, 시장과 공동체의 역동성을 높이 사는 정당, 우리가 승리합니다. 반드시 승리합니다. 그리고 그 승리는 ‘위대한 국민, 다시 뛰는 대한민국’을 위한 승리가 될 것입니다.
누가 어떻게 지도부를 구성하든 자유한국당의 미래를 위한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날의 아픔이 있기에 더욱 그렇게 할 것입니다.
남을 보고 혁신하라 말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혁신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우리는 우리를 계속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새로운 지도부와 함께 미래를 위한 힘찬 걸음을 계속해 주십시오. 지난날의 아픔과 고통을 생각하며 그렇게 해 주십시오.
저 역시 저를 변화시키기 위한 길을 가고자합니다.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무엇이 부족했는지 생각하고 고민하고, 배우고 고치겠습니다.
7개월 반의 시간, 쉽지 않은 시간을 저와 함께 한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많은 빚을 졌습니다.
비판과 격려를 보내주시고, 저와 비대위의 부족함을 참아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