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버링(Hovering)'. 헬리콥터가 이동하지 않고 공중에 떠 있는 상태를 말한다. 5살 아이와 함께 로봇키즈카페를 방문했을 때 아이의 시선은 비행하는 드론에 꽂혔다. 리모트 컨트롤(RC)카가 익숙한 아이는 드론 조종 역시 자신있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첫 입문은 드론의 이륙과 착륙만 가능하도록 중간에 막대가 끼워진 상태에서 시작됐다. 카페 교사는 드론이 떠서 정지상태에 있는 호버링 기술을 강조한다. 그런데 아이는 호버링 연습을 하면서도 줄곧 선반 위에 놓여 있는 대형 드론만 바라봤다. "이거(호버링) 하면 저거(대형 드론) 할 수 있어요?" 이렇게 묻던 아이는 결국 어려운 호버링 연습에 흥미를 잃고 익숙한 RC카로 발길을 돌렸다.

아이에게 드론을 보여준 부모 입장에선 드론 조종을 잘하기보다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속 혁신성장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통해 또 다른 생각을 하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서툴지만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도록 차라리 '투명 관 통과 경주하기', '아크릴 박스 안에서의 공간 이동' 등 다소 제한이 풀린 환경을 제공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흥미를 잃지 않고 새로운 도전과 주도적인 상상을 할 수 있게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끌어가고 있는 혁신성장은 어떠한가. 지난해 혁신성장 아이콘은 '드론'이었다. 드론 비행 제한 구역도 상당수 풀어놓긴 했다. 그러나 실상 드론을 띄울 수 있는 곳은 여전히 많지 않다. 정부 관련 기관 또는 보안기관 등이 많다는 이유다. 드론은 특성상 대형 비행선을 활용하지 않고도 저비용의 동일한 효과를 누리기 위한 측면이 크다. 여전히 발이 묶인 드론이다.

모빌리티 산업도 마찬가지다. 최근 급증한 전통 킥보드 등은 정부가 그나마 교통수단으로 인정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법 개정 등 넘어야 할 산이 여전하다. 아직 불법인 셈이다. 공유차 산업도 발목이 잡혀 있다. 오히려 규제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한 '타다'는 우버, 카카오카풀에 이어 택시업계와 혈전을 준비 중이다.

그 사이 소비자들은 지쳐만 간다. 혁신성장에 대한 흥미가 식는다는 것은 정권 중반기로 접어든 정부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나마 규제샌드박스에선 희망을 찾을 수 있지만, 여전히 혁신성장을 위해 추진해야 할 입법 과제가 산적하다. 때를 놓치기 전에 국회도 속도를 내줘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