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김정은 하노이행 60시간 열차 대장정…"트럼프 압박 의도"
2019-02-24 11:55
'기차 이미 떠나...난제 회담서 담판' 트럼프 압박...'경제건설 총력' 메시지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차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지난 23일 전용열차로 베트남 하노이로 떠났다.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거리는 약 4500㎞. 비행기로는 3시간 반이면 충분하지만 열차로는 이틀 반, 약 60시간이나 가야하는 대장정이다. 김 위원장이 세기의 핵 담판을 앞두고 이처럼 험난한 노정을 택한 이유가 뭘까.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게 안전과 편의성이다. 열차는 비행기보다 안전할 뿐 아니라 집무실과 다름 없는 편의성을 제공한다. 김 위원장뿐 아니라 김정일, 김일성 등 북한 지도자들의 장거리 이동수단도 대개 열차였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24일 김 위원장이 하노이행에 열차를 택한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가 이미 하노이로 출발했으니 되돌릴 수 없다'는 게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에 오르면서 트럼프에게 보낸 메시지라는 설명이다.
산케이는 김 위원장이 이미 하노이로 떠났다면 김혁철이 실무협상 경과를 보고하고 지시를 받기 어려워진다며, 이는 트럼프 자신의 결단에 기대를 걸어온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상들의 판단이 필요한 의제는 회담에서 직접 정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산케이는 김 위원장의 하노이행 열차에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메시지도 담겼다고 봤다. 먼저 자신의 할아버지 김일성이 간 길을 상기시켜 이번 회담에 더 무게감을 갖게 하려는 의도가 돋보인다는 것이다. 김일성은 1958년 열차로 중국 남부 광저우까지 간 뒤 비행기 편으로 하노이에 도착했다.
하노이로 가는 김 위원장의 행보에서는 경제발전에 주력하겠다는 메시지도 읽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핵·경제 병진노선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의 경제 발전을 상징하는 광저우를 경유하는 전용열차는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도 이렇게 발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 구상,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신경제지도 구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산케이는 김 위원장이 경제 발전을 이룬 중국 남부 도시를 차창으로 바라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을 이루는 것은 물론 간부 수행원들에게 경제 건설의 필요성을 이해시키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때 한국 고속철도에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남북간에 경의선·동해선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 사업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로 평양에서 중국을 거쳐 하노이로 횡단한다면 동북아에서 동남아까지 철도 여행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유라시아 구상을 담은 한반도신경제지도가 실현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측에 발신한 효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