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황교안의 朴 탄핵 인식…뒤죽박죽인 까닭은?
2019-02-21 11:27
대통령 형사상 불소추 특권 무시한 채 "절차상 문제 있어"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에 출마한 황교안 후보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황 후보의 입장이 일관되지 않다는 겁니다. 또다른 후보인 오세훈·김진태 후보는 황 후보에 대한 '탄핵'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황교안 후보는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에 임명돼 지난 2016년 12월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습니다. 이후 2017년 5월9일 대선이 치러지기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국정을 수행했습니다.
황 후보는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수혜자로 지목됐고, 탄핵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 직을 수행한 만큼 탄핵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게 중론입니다. 황 후보 본인도 "이러한 사태가 초래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입장을 피력한 적이 있습니다.
황 후보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던 지난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나오자 그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당시 황 후보는 "오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내려진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 국가다. 우리 모두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황 후보는 한국당 입당을 할 때까지 탄핵과 관련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지난 1월 15일 황 후보의 한국당 입당식. 황 후보는 당시 탄핵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 질문에 대해서 정말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습니다. "이 부분에 관해서 2017년 경에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한 일이 있다. 지금은 정말 국민통합이 필요한 때다"는 답변이었습니다. '탄핵에 대해 재론을 해선 안 된다는 거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지금은 저희가 국론을 합해서 정상화되고 반듯한 나라가 되게 하는데 집중해야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파면 선고 직후와 같은 입장을 피력한 셈입니다.
황 후보의 입장이 달라진 건 지난 19일 종합편성채널 TV조선에서 방송된 토론회에서부터입니다. 황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이 돈 한 푼 받은 것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탄핵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황 후보는 "헌법재판소에 들어오기 전에 법원에서 형사 사법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다"며 "진행 중에 헌재의 결정이 있었다.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객관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정치적 책임을 묻고 탄핵을 결정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20일 열린 채널A의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황 후보는 "(O, X가 아닌) △로 답하려고 했다"며 "바꿔 말하면 법원에서 재판 중인데 탄핵 결정이 돼버렸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다만 "탄핵 결정 자체는 헌재에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황 후보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기본적인 사실은 법원의 재판 과정을 통해서 확인이 되지 않겠나. 그러나 법원의 판단을 받지 않은 채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있었던 것이다. 이 부분은 통상적이지 않다. 보통은 재판이 있으면 재판 결과를 확인하고 그것을 토대로 해서 다른 심사를 하는 것인데 그런 점은 굉장히 좀 잘못된 부분이다."
법원의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어야 된다는 건데 이같은 논리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에겐 형사상 불소추 특권이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가결, 직무정지가 된 상태에서도 형사상 불소추 특권은 유지된다는 게 학계의 대체적 견해입니다. 수사는 가능하지만 소추는 다른 문제라는 것입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안 가결 직후에도 청와대 관저에서 생활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헌재의 파면 선고 직후에 삼성동 자택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박 전 대통령을 재판하려면 이미 파면이 된 상태여야 합니다. 그런데 되레 황 후보는 재판 결과를 기다리지 않았기 때문에 탄핵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앞뒤가 뒤바뀐 주장입니다. 박 전 대통령이 기소된 것은 헌재의 파면 선고가 나온 후인 2017년 4월 17일입니다. 첫 재판은 5월에 열렸습니다. 황 후보가 "법원에서 재판 중인데 탄핵 결정이 돼버렸다"고 주장한 것이 애초부터 거짓인 셈입니다 .
법조인 출신으로 법무부 장관을 지낸 황 후보가 이를 모를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황 후보가 이런 주장을 펼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왝 더 독(Wag the dog) 효과 탓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 말로 하면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든다'는 건데,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합동연설회 등에서 김진태 후보의 강성 발언이 태극기 부대의 열렬한 환영을 받고, 태극기 부대에서 황교안 비토(반대)론이 득세하고 있는 탓이라는 겁니다.
여러 여론조사들을 종합해 보면 황 후보가 대세론을 형성하는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당 대표가 되는데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다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명확한 입장을 피력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서 '아직도 국무총리인 줄 아는 거 같다. 정치인은 아닌 것 같다'는 조소가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