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국회 '먹통' 노동계 '불통' 정부 '외통'에 노동개혁 하세월
2019-02-20 19:00
文대통령 "경사노위案, 사회적 대화 통해 해결한 첫 사례"
與 후속입법 드라이브…국회 공전·노동계 반발 '첩첩산중'
與 후속입법 드라이브…국회 공전·노동계 반발 '첩첩산중'
문재인 정부의 '노동개혁'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동안 쳇바퀴를 돌던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문제가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가까스로 합의함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노동개혁이 '순항이냐, 표류냐'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갈 길은 멀다. 여야는 '5·18 민주화운동 망언 논란'과 이른바 '손혜원 국정조사'를 둘러싼 갈등으로 빈손 국회를 넘어 '먹통 국회'로 치닫고 있다. 노동계의 한 축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경사노위의 탄력근로제 합의안을 '개악'으로 규정했다.
정부 손을 떠난 탄력근로제 등이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힐 경우 문재인 정부의 노동개혁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다. 정권마다 실패한 한국판 '하르츠 개혁'이 첫발도 떼지 못하고 좌초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의 쟁점이던 △단위기간 확대(최대 6개월로 합의) △도입 요건(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 △임금보전 방안(고용부 장관에게 신고) △건강권 확보 방안(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의무화) 등에 합의했다.
사용자의 단위 기간 확대·도입 요건 완화와 노동계의 임금보전·건강권 보장 간 '2대 2 빅딜'이 성공한 셈이다. 이로써 탄력근로제 최종안의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그러나 경사노위 첫 결실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한국당은 탄력근로제 1년 확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응답할 때"라고 역공을 폈다. 그야말로 '먹통' 그 자체인 셈이다.
한국당이 요구하는 △문재인 정부의 블랙리스트와 민간인 사찰 △ 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목포 투기 의혹 △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댓글 공모 의혹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특검) 등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노동입법은 장기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당 지도부의 고민이 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이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제3안'을 추진하더라도 국조와 특검의 '패키지 딜' 논의 과정에서 원안보다 후퇴한 안이 도출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노동입법 표류 땐 文정부판 '하르츠 개혁'도 끝
불통인 노동계의 '어깃장'도 난제다. 경사노위에 불참한 민주노총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는 달리 장외투쟁을 택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노총이 결국 야합을 선택했다"며 3월 6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동계 반발에 따라 반쪽 경사노위안인 노동정책 자체가 '절름발이'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1대 총선을 1년여 앞둔 여당이 노동계 표심 눈치까지 볼 경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와 정부가 노동계의 불통을 넘지 못할 경우 박근혜 정부에서 노·사·정이 정면충돌한 '노동개혁의 데자뷔'가 발생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개혁은 잉크도 마르기 전에 사장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경영계에선 "경사노위의 탄력근로제 합의를 계기로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의 개선 등 노동개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집권 3년 차 때인 2015년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지침 완화 △일반해고 요건 지침 등을 골자로 하는 '기간제법·파견법 개정'을 추진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추진한 '하르츠 개혁'을 한국판 모델로 변경, 구조개혁의 터를 닦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당시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순환출자 금지·법인세 인상' 등을 고리로 파상공세를 펼쳤다. 당시도 20대 총선을 불과 1년가량 앞둔 상황이었다.
공을 떠나 보낸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는 "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한쪽은 손실을 보는 '제로섬 게임'을 막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