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발견]34. 산초의 모험

2019-02-18 05:00
-미겔 데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구스타브 도레 '돈키호테'[사진=위키피디아]


# "산초야, 이 모든 것에서 네가 깨우쳐야 할 점은 시간이 지우지 못할 기억이란 없는 것이며 또한 죽음이 희석시키지 못할 고통도 없다는 것이다."(돈키호테) "그렇다면 불행을 사라지게 해주는 시간과 불행의 종지부를 찍어주는 죽음을 기다리는 것보다 더 큰 불행이 어디 있겠습니까?"(산초) <돈키호테(세르반테스∙시공사), 184쪽>

흔히 허황된 생각을 하는 엉뚱한 괴짜를 보면 '돈키호테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말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많이 담겨 있습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인물이라는 것이죠.

보통 사람들 눈에 돈키호테는 정신 나간 노인네입니다. 몰락한 귀족은 자신이 읽은 수많은 기사 소설을 현실이라고 믿었습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스스로 방랑 기사가 돼 모험을 떠납니다. 허름한 주막을 거대한 성이라고 생각했고 그곳의 주인과 창녀들을 귀족 여성이라고 여겼습니다. 또 들판에 세워진 풍차를 거인이라며 달려들다 날개에 맞고 크게 다칩니다. 그런 그에게 언제나 비웃음과 조롱이 뒤따랐습니다.

돈키호테 옆에는 산초라는 이름의 하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소설 속에서 가장 극적으로 변하는 인물입니다.

산초는 아둔한 농부였지만 돈키호테와는 정반대로 현실주의자였습니다. 그는 한몫 챙기기 위해 몰락한 귀족을 따라나섰습니다. 하지만 산초는 돈키호테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은 종종 대립했습니다. 돈키호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좇지만, 산초는 눈에 보이는 것만 따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산초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돈키호테에 동화돼 갔습니다. 처음에는 주인의 행동을 조롱하며 대척점에 서 있었지만, 점점 충성심을 보이며 주인의 꿈을 따르게 됩니다. 돈키호테는 죽음을 앞두고 제정신을 찾으며 꿈에서 깨어납니다. 이를 가장 안타깝게 생각한 이가 산초였습니다. 그 자신도 이상을 좇는 사람으로 변한 것입니다.

아마 산초 역시 정신이상자 취급을 받으며 비웃음과 조롱이 쏟아졌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조롱에 맞서 산초도 돈키호테처럼 자신의 꿈을 찾아 모험을 떠났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