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의 월드비전] 고개 든 中 'AI 굴기'에 美도 화들짝 ..한국은 뭐하나

2019-02-14 06:00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美 AI 강자들과 어깨 나란히
한국도 AI 투자와 인재 확보 나서야

이수완 논설위원[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선진국의 우수한 제품을 거리낌 없이 모방해 '짝퉁 천국'이라 불렸던 중국. 이제는 남의 것을 모방하는 것뿐 아니라 기술 혁신 분야에서도 남다른 재주를 뽐내고 있다. 시진핑 주석 체제하에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첨단 '과학기술 굴기'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의 핵심인 인공지능(AI) 분야를 집중 육성하면서 미래 기술 생태계의 최강자 도약을 위한 소중한 씨앗을 뿌리고 있다.

AI는 단순히 또 하나의 기술 트렌드가 아니다. 앞으로 10년 내 우리의 일상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모든 기술은 AI와 연관된다. 중국에서는 이른바 'BAT'로 불리는 IT 거물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AI 분야에서도 삼두마차이다. 이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에 힘입어 IBM, 구글 등 미국의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미국의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는 세계적 혁신 거점이다. BAT는 최근 이 곳에서 미국 스타트 업체들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 예로 2016년 AI 얼굴 인식 스타트업 졸로즈(ZOLOZ)는 알리바바 계열사인 앤트파이낸셜에 약 1억 달러에 팔렸다. 이 기술은 현재 10억명이 넘게 사용하는 온라인 결제서비스 '알리페이'의 핵심이다. 한때 '구글의 짝퉁'으로 불리었던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 업체 바이두에는 AI 엔지니어 숫자가 2000명에 달한다. 바이두는 오픈소스 자율주행 플랫폼인 아폴로(Apollo)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2021년까지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자동차를 양산하기 위한 테스트를 미국과 중국에서 실시하고 있다. '위챗(WeChat)으로 유명한 중국 빅데이터 최강자인 텐센트는 그동안 축적한 기술을 집대성, AI 의료까지 실현하려고 한다.

중국 국무원은 2017년 7월 발표한 '차세대 AI 발전 계획'에서 '2030년 AI 세계 1위 강국'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클라우드,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양자컴퓨터, 로봇 등 분야에 대규모 투자와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 정부의 관심은 최고 지도부의 학습 열기에 잘 반영되어 있다. 지난해 10월 시 주석이 주관한 공산당 정치국 집체학습 주제는 바로 AI 였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미·중 무역전쟁 이후 중국의 경기 둔화를 공개적으로 처음 인정했다. 그러면서 차세대 AI 핵심 기술 확보를 중국의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절박하고도 전략적인 동력’으로 규정했다. 

 

[아주경제 ]


시 주석의 10년 임기는 원래 2022년에 끝나지만 지난해 3월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시 주석이 직접 중국의 AI 산업 발전 정책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는 것은 중국 기업들에게 엄청난 행운이다. 장기적 비전과 일관된 정책 지원은 기업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중국의 도전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정부가 AI 연구 개발과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고 예산을 운용하도록 지시했다. 연방정부가 ‘AI 기술의 인큐베이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중국의 AI 발전 전략에 대해 "2030년까지 1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목표를 제시, 과거에는 주로 연구프로젝트 수주, 국유기업 및 대학교에 연구개발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투입했지만 현재는 직접적으로 최고 경쟁력을 보유한 AI회사에 바로 투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대한 빅데이터 활용은 중국의 장점

AI 분야에서 14억 인구가 생산하는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중국이 향후 미국을 압도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이다. 안 교수는 중국의 전자상거래는 "사람들이 무엇을 샀는지, 어디로 여행했는지, 누구와 이야기를 나눴는지 등을 알 수 있는 엄청난 사용자 데이터 확보가 용이하게 하며, 이는 세계에서 중국이 가장 큰 빅데이터를 확보하도록 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실 AI 기술은 70-80년대에도 성숙 단계였지만, 당시 빅데이터 확보가 안되어 침체기를 맞이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이후 인터넷 기반의 플랫폼과 SNS 및 전자상거래업체가 대거 출현, 다양한 빅데이터 획득이 용이해지고 AI가 다시 각광 받기 시작했다. AI는 이제 차세대 이동통신의 표준 기술인 5G와 함께 산업간 융합을 특징으로 하는 미래 4차 산업의 핵심 기술인 것이다. 

미국은 AI와 관련해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한 선두 주자이다. 하지만 5G 통신장비 분야에서 중국의 우위는 이미 현실이 됐다. 중국의 기술 굴기는 미국의 안보와 경제적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연합(EU) 등 동맹국들에 중국의 최대 통신업체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요구하면서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의 AI는 당분간 미국의 AI를 능가할 수 없지만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AI 주도권 경쟁은 국제 정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군사적 관점에서도 AI의 주도권은 군사력의 생산과 배치에 점점 필수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수 인재 유치 전쟁 .. 우리도 밑그림부터 그려야 


중국의 AI 주도권 다툼에서 가장 큰 변수는 우수 인재 확보 여부이다. 링크드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AI 기술과 관련된 일을 하는 인원이 5만명에 불과하다. 미국의 85만명보다 현저히 적고 영국과 인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를 인식한 중국 정부는 현재 해외 우수 인재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유화 교수는 "AI 등 미래 4차산업영역에서 한국과 중국은 치열한 경쟁 상황에 놓여있기에 한국의 선도적인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의 지속성 유지가 중요하며 한국의 미래 10년, 20년, 50년에 걸친 장기비전 제시가 시급하며, 이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인재 투입 여부가 관건이다"고 강조했다.

혁신 성장에 대한 구체적이고 과감한 지원 없이 한국 경제는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