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테스가 쏘아올린 ‘부유세’..美 2020년 대선 표심 가를까
2019-02-11 11:19
美 민주당 2020년 대선 잠재 후보들 부유세 띄우기
美 여론 과반 부유세 지지...'새 포퓰리즘'으로 부상
美 여론 과반 부유세 지지...'새 포퓰리즘'으로 부상
미국에서 부유세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진보층을 노린 핵심 공약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를 계획하고 있는 후보들이 부유세 카드를 내밀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유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자산에 매기는 세금을 말한다. 부유세 논의에 불을 지핀 것은 민주당 정치 샛별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이다. 그는 지난달 CBS방송 인터뷰에서 1000만 달러(약 112억원) 이상 자산가에 70%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과거라면 여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정치 신예의 과격한 주장으로 치부됐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미국의 유력 진보 매체인 뉴욕타임스(NYT)가 나서서 논의의 불씨를 살렸다. NYT는 부의 불평등을 성토하고 부유세를 찬성하는 학자들의 칼럼을 연달아 실으면서 부유세 부과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현지 매체들은 민주당 안에서 부유세 논의가 이처럼 뜨거웠던 적은 없었다면서, 민주당 지지율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NBC뉴스는 민주당이 부유세 공약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하면서, 그 뒤에는 3가지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NBC뉴스는 부유세가 ‘새로운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배경이 포퓰리즘인 만큼 민주당이 내년 대선에서 대중에게 인기가 많은 정책으로 어필하려는 전략을 짰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이유는 민주당 집권 시 세수 확대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후보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의료보험혜택 확대, 대학 등록금 지원, 친환경 산업 육성 등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정책이 공약에 포함되어 있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루즈벨트연구소의 마이클 린덴 연구원은 소득 상위 0.1%에 15% 세율을 매기고, 상위 1%에는 10%, 상위 5%에는 5% 세율을 각각 부과할 경우 세수를 5조 달러 가량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마지막 이유는 상위 1%의 행태에 변화를 주겠다는 것이다. 높은 세금을 부과하게 되면 기업 임원들이 마음껏 임금을 높이는 일이 줄어들테고 소득 불평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시스템이 고착화되고 있으며 억만장자들이 정부에까지 입김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의식이 깔려있다. 이런 주장을 주도하는 것은 워런 의원이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반(反)월가 정책을 주도하면서 월가 금융가들을 떨게 한 인물로 유명하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중도파 표심을 끌어와야 하는데 부유세가 너무 ‘왼쪽’에 치우쳐있다는 지적도 있다.
억만장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부유세가 너무 자극적인 정책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현재의 야당이자 미래의 야당이 70% 어쩌고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한가? 베네수엘라를 보라. 슬픈 현실이다”라며 부유세 제안을 비꼬았다.
그러나 대선을 향하면서 부자 과세 주장에 더 힘이 실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홀리크로스 대학교의 에드워드 오도넬 역사학 교수는 "관건은 막대한 부를 쌓은 일부 자산가만으로 민주주의가 돌아갈 수 있느냐다"라면서 "민주주의 안에서 귀족주의 부상에 대한 공포는 무척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