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희의 닥터스] 故윤한덕 “응급의료 떠받치던 아틀라스”
2019-02-11 00:11
이국종 교수, ‘닥터헬기’에 그의 이름과 콜사인 새긴다 약속
“기자님, 그 사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2017년 어린이집에서 장난감을 삼켜 기도가 막힌 어린이가 응급실을 전전하다 결국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얼마 뒤 우연히 만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기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기자의 기억 속에 윤 센터장은 응급의료와 관련된 이슈라면, 언제든 누구에게라도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려 했다. 취재차 잠시 만나고 몇 차례 통화한 것이 전부지만, 응급의료에 대한 소명의식과 책임감이 큰 윤 센터장은 기자의 뇌리에도 오래도록 남아 있던 참의료인이었다.
그는 2002년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가 문을 열자 응급의료기획팀장으로 합류해 응급의료 관련 업무에 힘을 쏟았다.
특히 응급의료 전용 헬기 도입과 재난‧응급의료상황실 운영 등 국내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큰 역할을 했다. 400여개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응급진료 정보를 수집하는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을 완성했다.
이 같은 노력과 성과 뒤엔 그의 남모를 희생이 뒤따랐다. 바쁜 업무 탓에 하루이틀 가족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번 설 연휴에도 귀성길을 준비하던 유족은 연락이 닿지 않는 윤 센터장을 이틀이나 기다렸다.
국내 응급체계 중앙사령탑인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었던 그는 특히 명절 같은 연휴기간에 더 바빴다. 실제로 의료계에선 응급의료에 있어 연휴는 곧 재난과 같다는 말이 있다.
윤 센터장의 사망 소식이 더 안타까운 것은 그가 진심으로 응급의료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윤 센터장은 가끔 SNS에 자신의 생각을 적곤 했는데, 그 중심에는 항상 응급의료와 환자가 있었다.
‘무엇보다 모든 논의의 중심에는 환자의 편익이 있어야 한다’, ‘결국 환자에게 좋은 게 가장 좋은 것이니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등 윤 센터장의 소신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오늘은 몸이 세 개, 머리가 두 개였어야 했다. 내일은 몇 개가 필요할까?’라고 쓴 것처럼 평소 윤 센터장의 고된 업무 현실도 엿볼 수 있어 안타까움이 밀려든다.
생전 윤 센터장을 따르고 의지했던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10일 그의 영결식에서 “윤한덕 선생님은 병든 응급의료를 떠받치던 아틀라스(Atlas)였다”고 추모했다. 그러면서 머지않아 운행을 시작할 닥터헬기에 그의 이름과 콜 사인(Call sign)인 'Atlas'를 크게 박아 넣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매일 커피를 물처럼 마시면서 응급의료센터 안에서 24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고(故) 윤한덕 센터장. 이제라도 닥터헬기와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훨훨 자유롭게 날아다니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