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승부수, 무역전쟁 미봉책 이상 이끌어낼까

2019-02-07 13:20
무역협상 타결 위해 직접 담판 결정
잠정 합의 뒤 무역갈등 재연 우려도
미중·북미 연쇄 회담, 동시 해결되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간 무역 협상을 일단락 짓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접 담판에 나서는 승부수를 던졌다.

회동 시점이 협상 시한 직전인 데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 역할론'이 제기된 터라 무역 갈등 완화를 위한 잠정적 합의 정도는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다만 합의안 이행 과정에서 양측의 이견이 커질 경우 갈등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진핑, 트럼프와 직접 담판 결심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주 베이징을 방문해 고위급 협상을 지속한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께 시 주석과 만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협상 시한이 오는 3월 1일인 점을 감안하면 두 정상이 회동하기 전 이뤄지는 마지막 고위급 협상이 될 전망이다.

므누신 장관도 "시한에 맞추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며 광범위한 이슈를 아우르는 포괄적 합의를 시도 중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정상회담에서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 뒤 이번에는 협상 타결을 위해 만난다.

베이징 소식통은 "시 주석이 먼저 회동을 제의한 것으로 안다"며 "최고 지도자의 의중이 반영된 톱다운 방식의 협상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직접 움직인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중국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춘제(春節·음력 설) 연휴가 끝나는 다음 주 초 공식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양측 모두 부담이 가중되고 있지만 마음이 더 급한 쪽은 분명히 중국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6%로 2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경제 위기 징후가 뚜렷하다.

성장률이 둔화하고 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된 게 오롯이 무역전쟁 때문은 아니겠지만 경제 성장에서 집권의 정당성을 찾아 온 중국 공산당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3월 초부터 중국의 최대 정치 일정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시작된다. 양회 개막 전에 무역전쟁 이슈를 털어내고 싶은 게 중국 최고 지도부의 바람일 것이다.

◆완전 합의? 잠정 합의 전망 우세

양국 정상이 만나기로 한 이상 협상 타결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게 사실이다. 사전 공감 없이 정상회담 개최를 거론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30∼3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고위급 협상이 끝난 뒤 미·중 모두 "생산적인 대화였으며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미국이 공세를 가하고 중국이 방어하는 형국이 줄곧 이어져 왔던 점을 감안하면 중국 측이 통 큰 양보를 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감축은 물론 중국 경제·무역 정책의 구조적 변화, 중국 내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강제적 기술 이전 금지, 국유기업 보조금 지급 축소 등을 수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중이 완전한 합의에 이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무역 협상과 별개로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한 조치라기보다 중국의 굴기에 대한 미국의 노골적 견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같은 상황이라면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물이 무역전쟁 완화를 위한 미봉책 정도일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잠정적 합의안의 유효기간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있다.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하는 합의안 이행 점검 과정에서 갈등이 다시 불거질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협상 시한이 연장되거나 아예 결렬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므누신 장관도 협상 시한 연장 가능성에 대해 "추측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고 즉답을 피한 뒤 "시한을 맞추지 못한다고 해서 우리가 밤낮으로 일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상 타결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로 들린다.

◆비핵화 이슈, 무역 협상 변수 될까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 시점으로는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북한 비핵화 문제와 미·중 무역 협상의 연계 처리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차 방중과 북한 예술단의 베이징 공연 등으로 북·중 밀월 관계는 재확인됐다.

지난해 6월 트럼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 회담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중국 역할론'도 다시 부상했다.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면 무역 협상 타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반출을 약속하고 중국이 이를 보관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또 다른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보유한 대북 지렛대 카드가 실효성이 있다는 게 입증되면 미국도 무역 담판에서 유연한 자세를 보일 수 있다"며 "각국의 셈법이 복잡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