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유일한 한국공정여행업협회장 "온라인 플랫폼에 국내 업계는 고사 직전"

2019-02-07 07:30

유일한 한국공정여행업협회장 [사진=백준무 기자]

그야말로 해외여행 전성시대다. 방송사마다 여행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내놓는가 하면 계절을 불문하고 떠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해외로 출국한 여행객은 3000만명가량으로 추산된다. 2017년 기준 여행 관련 온라인 거래액만 12조원이 넘는다.

그러나 여행업계의 표정은 어둡다. 여행사들의 줄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한때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항공권을 판매했던 탑항공은 물론 더좋은여행, e온누리여행사, 싱글라이프 등이 모두 지난해 문을 닫았다.

지난달 31일 세종비즈니스센터에서 기자와 만난 유일한 한국공정여행업협회장은 "약탈적인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 때문에 국내 여행사의 수익성이 굉장히 악화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플랫폼 때문에 국내 업계는 고사 상황··· 미등록 업체 이용하면 소비자도 손해"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 등 글로벌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 Online Travel Agency)은 항공사부터 숙박업소까지 한번에 예약할 수 있다는 편리함을 앞세워 빠르게 영토를 넓히고 있다.

단순히 호텔과 항공권을 중개하는 것을 넘어 현지의 렌터카와 가이드는 물론 관광 프로그램을 결합하면서 사실상 종합 여행사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유 회장은 "문제는 이들 OTA에 등록된 개별 업체 중 국내 관광사업자로 등록되지 않은 곳이 매우 많다는 것"이라며 "국내법이 오히려 미등록 업체들을 지켜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여행사들에만 적용되는 부가가치세와 지방세 등 관련 세제로 인해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진다는 것이다. 이는 곧 1만7000개에 달하는 국내 여행업체들의 고사로 이어지게 된다.

그는 "여행객들도 당장은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어 좋다고 여기겠지만, 크게 보면 손해"라고 꼬집었다. OTA들이 소비자와 현지 업체들의 직거래를 유도하는 것 같지만, 중간에서 15~30%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아 챙긴다는 것이 유 회장의 주장이다. 실제 제공되는 프로그램은 그만큼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OTA에선 어떤 업체가 정식으로 여행업에 등록된 곳인지 확인도 어려울뿐더러, 미등록 업체를 이용하게 될 경우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위험성이 크다고 유 회장은 말한다. 여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국내법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해외여행 관련 소비자 피해는 매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해외여행 관련 소비자피해 상담은 2017년 1만8457건으로 2010년(7295건) 대비 1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여행객 증가율인 79.2%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유 회장은 "플랫폼 업체들이 여행업계를 장악하면서 기존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며 "같이 가고 함께 가는 상생과 공존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상생할 수 있는 대안 플랫폼 준비 중··· 같이 가고 함께 가자"

그가 준비하고 있는 것은 '상생의 플랫폼'이다. 개별 여행사가 거대 플랫폼과 경쟁하기엔 자본이나 기술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식으로 등록된 국내 여행사들이 비영리단체를 세우고 함께 대안적인 플랫폼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한국공정여행업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민국 관허 여행사업체 통합정보'를 운영 중이다. 국내에 등록된 여행사업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1만4433개의 업체가 등록돼 있다. 여행사의 관광사업 등록일과 관할 관청, 담당자 정보는 물론 관광사업등록증 사본, 영업·지급보증 가입정보까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개별 여행사가 직접 정보를 입력한 뒤 협회의 검증을 거쳐 공개되기 때문에 기존의 여행사 정보에 비해 정확도가 높다. 소비자의 현재 위치에서 가장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가까운 여행사 찾기'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해당 데이터베이스를 관할 관청에도 공개할 계획이라고 유 회장은 말했다. 정부에서 미등록 여행사들을 제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에는 플랫폼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할 예정이다.

기존 거대 플랫폼과의 승산이 있을까. 유 회장은 자신감을 피력했다. 현재 플랫폼 업체들은 온라인 기반으로 비대면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지만, 중장년층 등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는 여전히 대면 서비스 수요가 존재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유 회장은 "여럿이 함께한다면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