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명절 스트레스 강도='빚 1000만원'
2019-02-07 03:00
가사노동 스트레스로 설 이후 이혼건수 증가
여성의 일반적 가사노동가치 '남성 3배 달해'
"스트레스, 돈으로 환산할 땐 1만 달러 수준"
여성의 일반적 가사노동가치 '남성 3배 달해'
"스트레스, 돈으로 환산할 땐 1만 달러 수준"
명절 때마다 쏟아지는 시댁의 무리한 요구를 비롯해 온종일 음식 준비와 손님맞이에 뒷정리까지 명절 때마다 되풀이되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통적 가치관과 변화한 가정상의 대립이다.
우리 부모 세대를 보면 남성이 바깥일을 통해 돈을 벌어다 주면 여성은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부부가 함께 일을 하고 가사도 분담하는 게 보편화된 세상이다.
최근 5년간 이혼통계를 보면 명절 전후인 2·3월과 10·11월 이혼 건수는 전달보다 평균 11.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월별 통계에서도 명절 전후의 이혼건수 차이가 확연했다.
2월 7700건에서 3월 9100건으로 치솟았다. 9월 들어선 7800건으로 급락했다가 10월 1만600건, 11월 1만100건으로 다시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성들이 겪는 '명절 스트레스'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1000만원 이상의 빚'과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가계생산 위성계정 개발 결과'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360조7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여성 가사노동 가치는 272조4650억원, 남성 가사노동 가치는 88조2650억원이다.
1인당 가사노동 가치로 따지면 여성은 연간 1076만9000원으로 남자(346만8000원)의 3배 수준이었다.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이 남성에 비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실제 2014년 기준 남성의 무급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평균 53분이었지만 여성은 214분으로 4배나 많았다.
여성의 명절 스트레스가 얼마나 극심한지 국내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종성 교수팀이 2016년 말 대한가정의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여성의 명절 스트레스를 돈으로 환산할 경우 '1000만원 이상의 빚'과 맞먹었다. 김 교수팀은 대전 거주 기혼남녀 562명(남 308명, 여 254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명절 스트레스 점수는 여성이 32.4점으로 남성(25.9점)보다 높았다. 연구팀은 '한국어판 사회 재적응 평가 척도'를 이용해 스트레스 점수를 매긴 뒤 외국 학자가 제시한 상황별 스트레스 점수와 비교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 기혼 여성의 명절 스트레스 점수는 1만 달러 이상의 부채(31점)를 갖고 있거나 부부싸움 횟수가 증가(35점)할 때 받게 되는 스트레스 점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혼 남성의 명절 스트레스 점수는 자녀의 입학과 졸업(26점), 생활환경의 변화(25점), 상사와의 불화(23점) 등을 경험할 때의 스트레스 점수에 해당한다. 기혼 남녀 모두 서양인이 크리스마스 때 받는 스트레스(12점)보다 훨씬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에 갑자기 증가하는 가사노동과 모든 일가 친척들이 모이는 데서 받는 스트레스로 평소 쌓여 있던 감정이 증폭되고 폭발하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국내에선 가정생활 책임이 일차적으로 여성에게 집중돼 있다. 여성의 역할이 명절이란 특수 상황에서 더욱 강조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