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 없는 환율, 설 이후는] 박스권에 갇힌 원·달러 환율…유학생 부모 고민 커져

2019-01-31 00:05

[사진=연합뉴스]


# 김명신(52)씨는 딸이 미국 콜롬비아대학교에 입학한 이후 경제 뉴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똑같은 돈을 보내도 적용되는 환율에 따라 현지에서 체감하는 달러의 가치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학비가 결고 적지 않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환율이 좋을 때 보내려고 올해도 최적의 송금 시기를 찾고 있지만 "아직은 예측이 불가능한 것 같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 원·달러 환율 변동성 높지만 박스권 흐름 보일 것

올해 원·달러 환율 흐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상반기 1115~1130원 전후의 흐름을 보이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과 하반기로 갈수록 환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연평균으로는 1125~1130원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1월에는 원·달러 환율이 박스권 흐름을 보였다. 대내외 굵직한 이슈가 산적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예상 외 결과다.

3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0.2원 내린 달러당 1116.4원에 마감했다.

1월 원·달러 환율은 1114.8~1131.5원에서 등락하고 있다. 연초부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이 바뀌었고 중국 지준율 인하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내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등 '빅 이벤트'가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좁은 범위에서의 등락이다. 최근 일련의 이슈들이 예상된 결과를 도출한 점에서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 움직임은 유로화, 엔화뿐 아니라 동조화 현상이 뚜렷한 위안화와도 연동성이 없어 보인다. 재료가 부족해 수급에만 주목하고 있는 데다가 변동폭이 제한돼 1~2원 안에서 숏플레이가 일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위안화에 대해서는 장중 동조화가 나타나고 있으나 그 강도는 제한적으로 반영되고 있고, 연준의 유연해진 태도와 미·중 긴장 완화 등의 긍정적 여건에도 경기에 대한 우려가 하락을 제한하고 있다"며 "수급도 상하단에서 공방이 치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까지는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며, 좁은 범위에서 환율이 움직일 것이란 예측이 많다. KEB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서정훈 연구위원은 "연준의 비둘기파적 통화완화 스탠스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과 위안화 약세 흐름 가능성 등으로 환율 흐름은 좁은 범위에서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살얼음판 같은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에는 연준이 예정된 경로대로 금리를 인상하고, 이에 따른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면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경제의 성장성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원화 약세 요인이다.

◇ 환전, 한번에 많이 하기보다 기준점 잡고 조금씩 하는 게 바람직

그렇다면 달러화는 언제 매수하는 게 좋을까. 서정훈 연구위원은 "연준의 스탠스가 하반기에 더 강한 비둘기(통화완화선호)로의 전환이지만 미·중 무역협상 결과가 긍정적인 경우 하반기에 달러를 매수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 연구위원은 "대체적으로 환율의 하단은 상·하반기 모두 1100원대 초반까지 열려 있고, 그 이하로는 하방 경직성이 강하기 때문에 1100원대 진입 수준에서의 환전은 나쁘지 않은 가격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올해도 환율 변동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한번에 많은 돈을 환전하기보다는 적정 평균 매수가격을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중론이다. 기준점으로 잡고 분할 매수하는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 수요도 높아 

최근 금융시장 내 잠재적 불안 요인들이 대두하면서 안전자산인 엔화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엔화 매수는 미국발 금융시장 불안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이 진정된 이후가 적절할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현재의 불안이 진정되고 엔화 강세가 약화됐을 때 매수하고, 일본중앙은행(BOJ)의 금리인상 관측이 강화될 때 매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현섭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PB팀장은 "환율 예측이 무의미할 정도로 변동성이 커서 달러와 엔화 모두 그때 그때 조금씩 사놓는 방법이 가장 무난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위안화 매수를 고려하는 사람들은 3월 전후의 환율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위안화는 지난해 12월 미·중 무역협상 이후 약세 흐름이 꺾였다. 관건은 90일간의 협상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양보정책으로 양국의 긴장감이 진정될 경우, 리스크 요인이 해소됨에 따라 위안화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합의사항 없이 종료된다면 수출 경기에서 비롯된 경기둔화 우려가 위안화 약세를 견인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