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감경기, 2년10개월 만에 '최저'… 설 앞두고 찬바람 '쌩쌩'

2019-01-30 09:58

기업 체감경기가 2년 10개월 만에 가장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이달 전체 산업의 업황 BSI는 69로 전달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도 기업들의 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다. 기업 체감경기가 2년10개월 만에 가장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제조업 전망은 2009년 금융위기 직후 수준까지 떨어졌다. 내수침체에 반도체 수출 둔화 우려까지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2019년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포함한 전 산업 업황 BSI는 69로 전달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2016년 3월(68) 이후 2년10개월만에 가장 낮았다.

BSI는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기준치(100) 이상이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조사는 지난 15~22일 전국 3696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업황 BSI가 67로 4포인트 하락했다. 세부업종 중에선 반도체 수요 감소 영향으로 전자·영상·통신장비(70)에서 8포인트가 빠졌다. 이는 2016년 6월(6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타 기계·장비(63)도 5포인트 낮아졌다.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가 둔화한 영향이다.

고무·플라스틱(55)은 13포인트 하락했다. 건설·자동차 등 전방 산업이 부진한 탓이다. 반면 제품 가격 상승에 힘입어 화학물질·제품(72)은 11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체를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업황 BSI는 73으로 한 달 전과 같았으나 중소기업은 69에서 61로 내렸다.

형태별로는 수출기업(71), 내수기업(65)이 4포인트씩 떨어졌다. 비제조업 업황 BSI는 71로 2포인트 하락했다. 비제조업 업황 BSI도 2016년 7월(70)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낮다. 구체적으로 정보통신(73) 업황 BSI가 8포인트 하락했다. 비수기로 광고 제작, 방송 매출이 줄면서다.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설계·감리 수요 감소로 전문·과학·기술(75)에서도 10포인트 하락했다. 내달 전체 산업 업황 전망지수는 68로 3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16년 3월(67) 이후 최저치다.

특히 제조업 업황 전망 BSI(65)는 6포인트 하락하며 2009년 4월(59)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반도체 경기 둔화 우려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자·영상·통신(65) 전망이 14포인트 악화했다.

전방 산업 부진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무·플라스틱(55)도 12포인트 떨어졌다. 다만 국제유가가 반등한 영향으로 석유정제·코크스(72)는 9포인트 올랐다.

비제조업 업황 전망 BSI(70)는 2포인트 떨어졌다. 스마트폰·PC 판매 부진 우려에 도·소매 전망(64)이 9포인트 빠졌고 비수기에 따라 숙박(45)도 13포인트 내렸다. 정보통신(70)은 8포인트 하락했다.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보다 2.7포인트 하락한 89.3을 기록했다. 기업과 소비자를 포함한 민간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BSI와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지표다. ESI 순환변동치도 0.8p 내려가 91.4를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기준 중소기업 수출은 재작년 같은 달보다 6.6% 감소했다. 반도체제조장비 수출이 13% 증가했지만 플라스틱(-4%)과 화장품(-10.9)을 중심으로 주력품목·유망소비재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원의 판단이다.

통계청과 중소기업벤처부가 발표한 '중소기업 제조업·서비스업 생산 및 수출' 조사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수출은 각각 6%, 2.4%씩 증가했지만, 중국(-14.4%), 베트남(-9.6%), 홍콩(-23.3%) 수출은 크게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중소제조업 자금사정도 악화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규모별 대출금리 및 대출잔액'에 따르면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 실적치와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각각 전월대비 0.3%(포인트), 3% 포인트씩 하락했다.

중소기업계 실적·자금사정 부진은 체감경기·고용 악화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체감경기는 전월대비 중소기업 0.6포인트, 소상공인 4.2포인트씩 하락했다. 전통시장 체감경기도 전월대비 15.3포인트 떨어졌고, 농수산물·가공식품의 경우 20포인트 넘게 급락했다.